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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그곳에 자유가 있었어..

동화책 그림 하나였어..  

 

따뜻한 봄날 같았지.

 

난 따사롭고 부드러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가며

곧게 난 시골길을 걷고 있었어..

 

내 사랑 미키는 행복하게 앞으로 난 길 쪽으로 달리고 있었지..

 

영화처럼 화면은 바뀌어

나는 마치 내 집을 찾아든 것처럼 편안하게 

어떤 아늑한 시골집 싸릿문을 열고 들어갔지 ..

 

꼭 영화의 다음 장면처럼

난 안채를 지나  

햇빛 가득한 뒷마당 한 가운데 연못 앞에 앉았어.

 

그리곤 가만히 연못 속을 들여다 보았지..

 

물풀도 기분좋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햇빛받은 물 속은 초록색 물풀색이 풀려 밝은 연두빛이었어..

 

세상에 .. 그 속에 오리 한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는 거야..

아니 .. 그 속에 하얀 닭도 헤엄을 치고 있었고 ..

 

순간 내 머릿속을 점검해야 했어.. 

 

"야.. 한지영, 닭이 물 속에서 헤엄칠 수 있니?" 

 

머릿속 대답보다 눈으로 보고 있는 그 자연스러움에서

난 내 대답을 앞질러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로

내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지 ..

 

옆에서 함께 물 속을 들여다 보던 미키를 당겨다가

물 속에 얼굴과 배를 담궜어..

 

그 녀석도 저 녀석들처럼

분명히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서였지..

 

나는 알고 있었어..

내가 물 속의 자유를 누려보라

연두빛 물 속에 몸을 담궈놓고 있던 것은 미키가 아니라

모든 인식과 관념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

 

만약 내가 화가라면 말이지..

어제 꿈에 보았던 그 동화같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표현했을거야 ..

 

나와 미키가 하나라는 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관건이겠지 ..

그리고 현실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닭이 행복하게 헤엄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부수적인 숙제일 것이고 .. 

 

이 모든 것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림은 ..

내게 별로 익숙치 않은 추상화 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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