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그림 하나였어..
따뜻한 봄날 같았지.
난 따사롭고 부드러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가며
곧게 난 시골길을 걷고 있었어..
내 사랑 미키는 행복하게 앞으로 난 길 쪽으로 달리고 있었지..
영화처럼 화면은 바뀌어
나는 마치 내 집을 찾아든 것처럼 편안하게
어떤 아늑한 시골집 싸릿문을 열고 들어갔지 ..
꼭 영화의 다음 장면처럼
난 안채를 지나
햇빛 가득한 뒷마당 한 가운데 연못 앞에 앉았어.
그리곤 가만히 연못 속을 들여다 보았지..
물풀도 기분좋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햇빛받은 물 속은 초록색 물풀색이 풀려 밝은 연두빛이었어..
세상에 .. 그 속에 오리 한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는 거야..
아니 .. 그 속에 하얀 닭도 헤엄을 치고 있었고 ..
순간 내 머릿속을 점검해야 했어..
"야.. 한지영, 닭이 물 속에서 헤엄칠 수 있니?"
머릿속 대답보다 눈으로 보고 있는 그 자연스러움에서
난 내 대답을 앞질러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로
내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지 ..
옆에서 함께 물 속을 들여다 보던 미키를 당겨다가
물 속에 얼굴과 배를 담궜어..
그 녀석도 저 녀석들처럼
분명히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서였지..
나는 알고 있었어..
내가 물 속의 자유를 누려보라
연두빛 물 속에 몸을 담궈놓고 있던 것은 미키가 아니라
모든 인식과 관념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
만약 내가 화가라면 말이지..
어제 꿈에 보았던 그 동화같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표현했을거야 ..
나와 미키가 하나라는 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관건이겠지 ..
그리고 현실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닭이 행복하게 헤엄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부수적인 숙제일 것이고 ..
이 모든 것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림은 ..
내게 별로 익숙치 않은 추상화 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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