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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그래 내가 뭐랬니 ..

약국 문 앞에서 낙시질 하던 미키 ..

내 그럴 줄 알았다..

 

9년 하고도 4개월을 살았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을 넘은 나이라

싸움 붙어서 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영광의 기억만 가지고

그만 끝내라 그렇게 알려줬건만 ..

 

내가 잠깐 나간 사이에

약국 문 앞에서 낙시질 하다가 

꼭 저만한 젊은 개한테 당했단다..

 

수치스럽게 물리지는 않았지만

놀래서 뒷걸음 치다가 한쪽 다리가 마비가 온 탓에

그만 깨갱갱거리고 말았다 한다.. 

더 수치스러운 사실은

상대방 녀석이 도리어 우리 미키가 이상타 싶었는지 

들어와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저도 문 기억이 없는데

상대가 아프다고 주저앉아 신음소리를 내니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이상했나 보았다..

 

오늘 그 사건 이후로 우리 미키는 약국 주변 사람들에게

깨갱갱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망신살이 뻗친 불쌍한 미키 ..

 

지웅이 따라다니며 무리하게 산행을 한다 싶었을 때 왔던 뒷다리 근육경련이

왜 자꾸 한 번씩 찾아 오는 걸까? 

마그네슘 결핍일까?

 

미키는 이제 늙어가는가 보다..

나보다 더 먼저 늙어가는가 보다 ..

어린 것이 ..

 

이제는 낙시질 절대 못하게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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