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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무단횡단 하고 있는 두 녀석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사이즈가 큰 하얀 푸들과 미니 슈나우져가 사 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있었고

차들이 그 녀석들을 피해 가고 서기를 반복했다.

그녀석들은 유유히 타박타박 걸어 우리 아파트 쪽으로 건너갔다..

 

그 녀석들과 마주쳐 지나오면서 내 얼굴엔 밍근한 미소가 계속 남아있었다.

며칠 전 .. 우리 미키의 가출과 관계있는 내가 아는 녀석들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미키에게 큰 변화가 왔다..

한번 아파트에서 혼자 약국으로 걸어나온 후로

두번이나 따라오는 척하다가 도망을 가서 몇 시간을 찾게 만들었다..

 

한번은 앞서의 슈나우져와 함께였고..

다른 한번은 앞서의 흰 푸들 앞에서 그녀석의 냄새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 후로 미키는 따금한 매도 맞고 벌도 섰고

집과 약국 밖에서는 무조건 사람 손에 들려있어야 한다..

 

회색 잡종 슈나우져가 우리 아파트 입구 앞에 어슬렁거리는 거리는 것을 알아선지 아닌지는 몰라도

미키는 아침마다 나가겠다는 사인을 주며 수시로 뛰어가 현관문 앞에서 보챈다.

실제로 그 녀석은 우리 아파트 앞마당에서 요즘 계속 보인다..

 

아무튼 슈나우져 피가 약간 섞인 우리 미키와 삽살개 피가 약간 섞인 슈나우져와

화려한 옷을 입고 화려한 미용까지 하고 있는 혈통 좋아 보이는 푸들..

이 세 녀석은 새로 안면을 튼 친구들 임에 분명하다..

 

두 녀석의 무단횡단으로 봐서 ..

길 건너서 전혀 남의 동네 골목에서 슈나우져와 놀고 있던 미키 ..

수시로 우리 아파트에 올라와 우리 미키를 불러내던 슈나우져라면

우리 미키에게 저 무단횡단을 가르쳤던 건 바로 저 슈나우져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

 

난 차를 길 옆에 대고,

그 녀석들이 차도를 넘어 안전하게 우리 아파트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약국으로 다시 향했다..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꼭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

차들이 그 두 녀석의 무단횡단을 도와주며 멈칫멈칫 서고 또 기다려주는 장면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 땅에 실제하는 동물과 사람이 ..

자연을 함께 공유하며 ..

서로 사랑으로 배려하고 사는 아름다운 교감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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