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다.. 어디에도 없었다..
드디어 밤 12시 50분 ..
열어놓은 문으로 살금살금 들어온다.
내 눈과 마주친 녀석은
귀를 제끼고 바닥에 딱 엎드린다.
한밤중에 민폐가 될 것을 염려할 여유도 없이
동네방네 미키를 부르고 다녔다.
차로 온 동네를 돌다가 들어오기를 몇 차례..
목욕을 시키면서 얼굴을 닦여도 가만 있는다..
저도 혼날 것을 각오했는지 드리이어로 털을 말려주어도 가만 있는다..
이제 나는 '그녀석이 도망갔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야 한다..
'그 녀석이 그저 자유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했다'라는 표현이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위험한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녀석..
그 건강한 자유로의 분출을 내 어찌 야단칠 수 있겠는가..
지웅이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그녀석은 구속되지 않는 자유의 바람을 맛 보았는가 보다..
바람에 제 털을 날리며 달려나갈 때의 쾌감을 맛 보았나 보다..
사방 궁굼한 것은 직접 다 확인해 보는 재미를 맛 보았나 보다..
난 그녀석을 야단칠 수가 없었다..
그녀석의 심중이 헤아려지기도 하거나와
아프게 야단치면 다음엔 겁이나서 들어오지 않기까지 하면 어쩔까 싶어서..
목소리를 낮추고 가만히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면서 목욕탕으로 데려갔다..
바깥을 돌아다니는 녀석과 어찌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겠는가가 아주 무거운 질문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미키는 누릴 수 없는 위험한 자유를 맛 본 것이 틀림없다..
저도 피곤했는지 목욕하고 사람처럼 들아가 누워버렸다.
'흔적들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0) | 2009.03.14 |
---|---|
궁굼하지.. 그럼 기대해 봐.. ^^ (0) | 2009.03.07 |
무단횡단 하고 있는 두 녀석 (0) | 2009.02.13 |
길 떠날 때에 .. (0) | 2009.02.12 |
세월과 함께 한 인연의 무게 .. (0) | 2008.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