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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궁굼하지.. 그럼 기대해 봐.. ^^

내 살아보니

희망과 기쁨의 시간도 절망도 괴로움의 시간도

또 여백같은 시간까지도

인생에서의 동일한 재료로서의 각각의 색 실이 되어

타고난 인성의 바탕 위에 나의 개성대로 수를 놓으면서

세월은 지나가더라 ..

 

인생은 그렇게 그림 그려지는 거였더라..

 

그 인생에 섬세하게 그려지는 그림이 모두 아픔이더라..

 

무늬는 어떤 형태로든 떨림이고 긴장이고 자극으로 다가와

아픈 바늘땀 위로 아름다운 색실로 수가 놓여지더라..

 

그것을 알게 된 후로

나에겐 과한 기쁨이나 과한 슬픔이 크게 다르지 않는

엇비슷한 무게의 것으로 가슴에 담기게 되었다..   

 

하여 진짜 나의 인생의 기쁨을

파도처럼 다가오는 여러 색의 색 실 자체에 마음을 두지 않기로 하였다.

차라리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색 실에 연연하지 않고 

그 색으로든 어떤 자연을 그려내는가..만을 마음을 두기로 했다.  

 

특별히 선택적으로 어떤 색을 선호하지 않고

주어진 실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내도록 하는데만 마음을 쏟기로 했는데 ..

그건 솔직히 내가 인생을 넓게 보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극한 ..  절벽 끝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단다.

그래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늘 절벽에 몰려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

 

지나고 보니

그 절벽이란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내 자존심의 한계였었단다..

 

내 자존심의 한계는 밥풀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끝난 것이지..

땅에 떨어졌다 싶으면 그 즉시 내 몸의 형태를 버려 거름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것 ..

그것이 그 시간에 내 자존심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택이었지.. 

   

난 그때 깨달았어.

절벽을 마주해 보지 못한 사람과

절벽 앞에서 무릎을 꿇어 본 사람들이 가는 길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

 

절벽은 실제 절벽이 아니라..

더 이상 핑게나 이유를 대고 도망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의 한계이고

더 이상 다른 방법을 취할 수 없는 자기 양심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거울 앞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

 

그러나 참 이상한 일이 있어났지.

절벽 앞에서 나의 자존심은 죽었으나

죽은 자존심 아래 다시 태어난 양심은 자연 속 민들레 홀씨의 양심이 되어

사람의 의지로 조정이 되기보다는 자연의 바람에 반응하는 양심으로 화해 버렸으니까. 

   

....................

 

 

처음엔 내 잘못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을 자주 만나면서

지나치게 얇은 양심의 벽이 일반적인 세상의 잣대로 지나친 결벽증일 것이라 여기며

나의 양심의 벽을 인위적으로 두껍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차차 알게 되었지..

본디 나의 양심의 벽을 두고 수시로 겉옷을 입어 두께를 조정하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큰 부담이고 괴로움이었는지.. 

 

내 영혼에 무거운 옷을 걸치게 하는 것 만큼 

나를 본질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없었단다 ..

 

양심의 벽의 두께를 조정하는 것이

꼭 나의 현실적 상황에서

어떤 이익을 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어.

굳이 눈에는 눈 .. 이에는 이..의 원리는 아니어도

어떤 상대방에게는 지나치게 양심을 지켜여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라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라면 이유였던 것이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사랑의 마음이 아니였다.

 

나의 사랑은 사랑할만한 이들에게만 열려진 자연스러운 물길 같은 것이었지..

사랑에 관련해서는 내가 내 양심의 두께까지 스스로 조절해 가며 수위를 조절하며 산 것이었다.

 

내 판단과 감정이 나를 움직이는 내 하나님으로 살아온 것이라는 인식이 들어왔어.

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라 주장해 왔었고 또 그분이 나의 주인이시라 믿어의심치 않고 살아왔으나

그건 성경 지식에 한해서 였으며

나를 움직이는 주인은 바로 나였다는 아픈 고백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사랑도 내 맘대로.. 미움도 내 맘대로 하였던 것이었다..  

 

난 예수 안에서 내 모든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으나,

사실 그것은 내게 본디 없었던 물욕을 내려놓은 것에 불과한 거였단다.

 

내가 사실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은 

내 스스로의 판단으로 

나로 선과 악을 낼 수 있는 주체라는 의식이었다.

그 의식은 진정 선악을 분별하여 내가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였던

지극히 하와의 자손다운 모습이었지..

 

................... 

 

 

앞의 글 두 편이 

너희들 엄마가 이 땅에서 살면서 그려낸 그림 두 장이란다 ..

 

이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네 엄마의 나이보다는 좀 더 빠르게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진짜 그림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테니까 ..

지금까지는 밭을 일군 것에 불과한 것이거든 ..

 

앞으로의 그림이 또 그려지면

그때 오늘처럼 또 글을 남겨줄께 ..

 

궁굼하지.. 

그럼 기대해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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