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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

한 15년 쯤 되었던가?  

 

일본에서 한국에 잠시 나왔다가 우리집을 찼아왔던

엄마와 친동기간 같이 지내던 분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지..

 

이곳에 어찌 네 흔적이 이리도 없냐고 ..    

그땐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

"내가 원래 .. 꾸미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안잖아!"  

벽에다 못질 하는 것 싫어하구.."란 대답에

그분은 아무 말도 없었단다.

 

요즘에서야 ..

그분이 엄마에게 했던 질문이

눈에 드러나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속도감 있게 흐르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흐르던 개울물이

속도감 있게 흐르는 시내에 합류되어 같은 시냇물이 되어 흐르면서

고여 썩지는 않을 수 있었으나 흐르는 속도 때문에 ..

흐르는 나의 몸에 하늘을 담고 계절을 담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

그 과정에서 엄만 엄마만의 노래와 여유와..

흐르면서 담고 싶었던 영상들을 ..

아예 기억도 못한 채,

너희 손을 잡고 그 빠른 물살과 하나되어 흐르는 것만 생각했었지.

그리고 그것이 건강한 삶을 사는 물의 생활이라고 여기게까지 되었지..

 

더 이상 느린 물살로 고인물이 되어 썩을 염려가 없다고 느껴질 즈음 ..

너희들의 손을 놓아 너희들 소유의 물줄기를 내어주어야 할 이즈음 .. 

 

15년 전 ..

엄마의 동기간처럼 엄마 내면의 세계를 거의 알고있던 그분의 말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꼭 한바퀴를 회기하여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너희는 이해할 수 있을련지..

 

요즘.. 엄마는 썩지 않을 물의 흐름의 세기만 너희에게 전달해 준 것같아

마음이 편치않다..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는 너에게 눈 나빠진다고 눈을 가리고 .. 

지나가는 새들에 혼을 빼고 쳐다보기를 좋아하던 너에게 바쁘다고 재촉하여 걷고 ..

길가 돌맹이도 주머니에 가득 담아오길 좋아하는 너에게 주머니 늘어난다고 나무라고 ..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네 손을 잡아 친구들에게서 떼어내 학원 보내고 ..

어린이 날이나 명절날 .. 남들 쉬는 일요일에도 일한다고 집에만 가두어 놓았던 ..

그 많은 시간들이 너희에게 참으로 미안한 후회로 남는다..

 

내 아이 낳으면 ..

자연의 소리에서 음악을 이해하게 하고 ..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서 모든 학문이 비롯된 것 임을 깨닫게 해주어

그 자연현상에서 이 지식의 싹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 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려 했었는데 ..

 

엄마의 그늘에 머물 수 있었던 그 귀한 기회의 시간에       

내 마음만 먹으면 능히 너희가 누릴 수 있는 환경이었음에도 ..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약국을 비워도

너희들이 행복해하는 장소에 가기 위해 약국을 비우지는 않았던 

내가 너희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채 온전치 못한 발음으로 "엄마 지금 무슨 생각해?"라 물어보게 만들었던

그 지나간 기회의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그러나 ..

너희들이 마땅히 즐겨야 할 시간과 ..

너희들이 마땅히 행복해야 할 시간을 희생하여 얻은 ..

귀한 기쁨과 소망과 사랑의 열매들의 씨앗을 너희들 주변에 뿌려줄께 ..

 

그 씨앗이 너희들과 함께 자라나

너희의 유익한 벗이되고 스승이 되어 ..

그들의 향긋한 향기가 너희 몸에 배이게 되고

그들로 너희의 인생이 삭막하지 않고 풍요로워지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

그냥 흘려보내고야 말았던 그 시간 ..그 세월이.. 너희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 같다 ..

 

정말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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