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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어려운 확률속에서의 만남

녀석도 놀래고 나도 놀랬다. 

생각지 않은 시간에 갑자기 내 눈 앞에 나타난 까만 단추같은 눈.

 

아침시간..

아이 아침을 챙겨주고 동쪽으로 난 창쪽으로 파란 하늘을 보고 있을즈음  

밖에서 자꾸 무슨 소리가 나길래 무슨 소린가 하여 눈을 돌려보니 새까만 비닐 봉지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새였다.

'새구나!'라는 인식이 드는 순간, 그 녀석은 고개를 돌려 나의 눈을 맞추었다.

새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려진 우리 에어컨 외기와 연결된 줄에 않아 있다가

저를 유심히 보고 있는 날 의식했는지 

고개 돌려 옆눈으로 나의 눈을 잠깐 마주하고는 날아가버렸다. 

 

까마귀였다.

커다란 까마귀. 그렇게 커다란 까마귀는 처음이었다. 

동물모양의 완구에 달린 까만 눈같았지만 생명없는 그것과는 달리

촉촉하고 투명한 빛이 서린 까만 눈동자와 방금 지어진 모습처럼

어떤 얼룩이나 때가 묻어있지 않은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세월에 따라 지혜와 덩치만 커졌을뿐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녀석들처럼

우리도 악에는 무관한 지혜와 본연의 순진무구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잠시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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