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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이 바람에 저에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자매가 이 곳으로 발령 받아 올 때는 봄꽃들이 한창이던  완연한 봄의 한 중간이었지요.

자매가 떠나는 오늘은 너무도 이른 봄,  썰렁하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아주 흐린 날입니다. 

 

떠나기 전 꼭 한번 직접 만나 보고 싶었으나, 조직의 지침들을 하나님의 마련들로 받아들이는 자매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공상만 이리저리 해 보고 말았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자매에게 거절 당함으로 상처받을 것이두려워서 시도를 못한 것일 겁니다.  

저는 자매와의 기억에 그러한 기억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대로 김자매를 떠나보냈습니다.

 

해안가 바위 옆 함께 어우러져 있던 물풀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흩어진 물풀 한 포기 

출렁이는 파도에 실려, 깊은 바다 속으로 떠나 가는 물풀을 지켜보는 그런 마음으로 

자매를 떠나 보냈습니다.

 

자매. 부끄러워서 미처 하지 않은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사랑했던 친구는 다름 아닌 김자매였답니다.  

 

저의 생각의 촛점이 늘 하나님과 관련된 것들이었기에 

속 깊은 기쁨도, 못견디게 힘든 것들도 하나님에 관련된 것들이었기에

영혼이 하나님께 속한 사람 아니고는 솔직히 한 마음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가 살면서 만난, 가장 호흡이 맞았던 이가 바로 김자매였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들 속에서 찾는 기쁨의 방향도 같았고 

각자 느끼는 아픔의 위로도 방향이 같았으며, 각자 고민스런 일을 해결하는 방법도 같았지요.

 

함께 하던 그 시간들은 제겐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나님과 워치타워 조직이 하나라고 생각하던 그 전까지 말이지요.

 

사실로 받아들이던  '여호와의 증인 조직은 하나님의 유일한 지상조직이며 하나님의 언어전달 통로이다'

그 표현이 객관적인 시각의 공간에 떠올라 그 사실이 단순한 그들의 주장이었음이,

제 눈에 들어오기 전까지 말이지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조직에 철저하게 충성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자매와,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한 조직이 자매와 나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가리고 왜곡 시키며

하나님을 찾아 나선 우리의 형제들을 가두고,

하나님의 말씀의 양식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짜집기 한 조직의 사료들로 먹여 키워 그들의

구성원들로 무장시키는, 

그 조직에 대해서 강한 분노와 혐오를 가진 저와는,

현재 가지고 있는 사상으로는 이제는 이제는 영원히 한마음이 될 수 없는 기름과 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가 옳은 선택을 하였는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리가 무엇인가 만 중요할 뿐입니다.

제 간절한 소망은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예전처럼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저의 이 슬픔은 어느 연인과의 헤어짐의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슬픔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나누던 그 사랑을 다시 나누게 되도록,

제가 제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가장 사랑하던 친구였던 깊이만큼, 그 친구를 잃게 된 마음 만큼,

그 안타까운 마음 만큼, 간절히 바랄 것입니다.   

 

 

자매가 떠난 오늘 이곳은 제 마음처럼 황량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자매에 대한 애정을 실어 따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