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딸아이가 생기고 난 후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소망이 있었다.
적어도 그 아이에게는, 엄마가 걸어갔던 길이 자연스레 난 보기좋은 오솔길 정도로 보여지고 싶었다.
딸아이는 그 아이에게 맞는 길이 주어지겠지만, 자신의 엄마가 걸어갔던 길을 생각할 때마다
좁은 오솔길을 갈 때의 소박한 정취라도 느끼게 되어
엄마가 걸어가면서 힘들었던 고비에 남겨진 땀과 눈물의 흔적이 그 길의 옹달샘이되어
자신의 이마에 맺힌 땀과 얼룩을 씻을 수 있었으면 싶었다.
엄마가 걸터앉아 하늘 바라보던 길가 돌턱.
한번씩 그자리에 앉아, 엄마가 보았던 그 하늘을 아이도 보아
부산하기만한 주변의 크고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들이 광활한 하늘의 먼지도 되지 않음을 알아차렸으면 싶었다.
할아버지의 가난한 마음을 이어받아 그 흔한 억새풀 한가닥에 행복을 느끼고
길가,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 속을 드나드는 다람쥐도 반가운 그런 아이로 살았으면 싶었다.
흠없고 우리가 익히 아는 자신의 깨끗한 색을 가진 나뭇잎도 좋지만,
벌레 먹고 누런 떡잎 간간이 있는 나뭇잎의 자연스러움에도 눈길이 머무는 아이이면 싶었다.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큰 유산인 그 가난한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그 가치, 그 가치에서 감사함과 고마움을 볼 수 있었으면 싶었다.
미래의 희망같았지만 한창 사춘기의 딸애는 요즈음 가슴에 생각이 머무는 것 같다.
싸늘한 겨울 하늘이 별 보기가 더 좋다며 하늘 보고 있는 그애를 보면 안심이 된다.
엄마는 무심코 그 광활한 자연에 말려들어가듯 보고만 있었다면
딸아이는 별자리 운운하고 달의 크기와 색깔과 모양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이 엄마보다 더
자연을 즐기는 것 같으니까.
오늘은 이런 말로 이 엄마을 안심시켰다.
"이 바람 부는 곳을 거슬러 여행하고 싶다."란 제법 시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다.
아이의 생각이 춥다, 덥다를 떠나 바람이 스쳐오는 길을 헤아리려 하니
더 나아가 필경은 그 바람을 일으키신 분을 찾아내는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마음 놓임이었다.
아이가 많이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딸아이에게 인생이란 여행의 걸음마 단계는 지난 것 같았다.
이번 겨울에는 딸아이와 함께 사람냄새 물씬 나는 그런 곳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이의 말대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거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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