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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침묵이 아닌 기다림이셨습니다.

숲속에서  막 싹을 틔운 제가 세상을 만났을 때, 하늘의 파란색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늘의 파란색보다, 바람에 흙이 더 날려 흙먼지의 뿌연 색이...
하늘의 파란색보다, 옆에 자란 다른 풀들의 색의 풀잎 색이...
하늘의 파란색보다, 간혹 지나가는 등산객들 화려한 신발의 인위적인 색이...
더 먼저 보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투정을 했습니다.
하늘의 파란색이 안 보인다고...  

 

숲속에서 막 싹을 틔운 제가 세상을 만났을 때, 자연의 바람 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바람 소리보다, 지나가는 메뚜기랑 풀벌레 소리가... 
바람 소리보다, 큰나무 잎사귀 바람에 부딪치는 부스스한 소리가...
바람 소리보다, 때때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더 먼저 들렸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투정을 했습니다.
바람의 소리가 안 들린다고...

 

숲속에서 막 싹을 틔운 제가 세상을 만났을 때, 햇빛이 보고 싶었습니다.
햇빛보다, 민들레 잎이...

햇빛보다, 옆 소나무 뿌리가...

햇빛보다, 지저분한 쓰레기가... 
더 먼저 보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투정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햇빛을 직접 볼 수 없다고.....

 

그런데 자라고 자라면서 보니 파란 하늘도,

공간을 가로지르는 바람소리도,

찬란한 햇빛도

다 있었습니다.

 

단지 저에게 안 보이고, 안 들리고, 안 느껴졌을 뿐이었지요.

안 보인다고 투정할 때 보여 주시지 않은 것은 그분의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안 들린다고 투정할 때 들리게 해 주시지 않은 것은 그분의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안 느껴진다고 투정할 때 느끼게 해 주시지 않은 것도 그분의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바람과 제 기도에 무관심하시다고 투정해도 아무 말씀 없으신 것도 그분의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모두 다 어린 저의 무지에 가까운 푸념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분은 사랑으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제가 커서 제가 보고 싶어하던 푸른 하늘도, 느끼고 싶은 부드러운 바람결도, 찬란한 햇빛도 다 보고

그것을 만드신 당신을 기억하여 찾아주길 바라면서 

푸른 하늘을 건너서, 부드러운 바람결도 건너서, 찬란한 햇빛도 건너서

당신께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무관심한 침묵이 아니라 안타까움이셨습니다.

무정한 침묵이 아니라 인내이셨습니다.

냉정한 침묵이 아니라 뜨거운 사랑이셨습니다.

무시하는 침묵이 아니라 애달픈 기다림이셨습니다.

 

그분이 너무 오랫동안 사랑으로 저를 지켜보고 계시며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너무도 가슴 아프게 말입니다.  

이제는 제가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파란 하늘을 건너면서

공간을 가로지르는 바람을 타고 건너면서

아름다운 햇빛을 받으면서

그분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자라게되어 

이제는 제가 그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증명하고 싶습니다.

 

내 안에 내가 많은 저에게, 사람들에게, 제가 사랑하는 그분에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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