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히 내린 캄캄한 밤.
내 아버지의 집을 찾아 나선 길.
내 가슴에 그리움과 사랑 가득 담아 찾아가는 그 길에
차가운 기온과 앞을 가름할 수 없는 어둠이 더하여 시린 가슴을 가지고 나아가게 되는 길.
내 형제들의 손을 잡고 가면 덜 외로울 것 같아
누가 누구인지 얼굴도 가름되지 않는 어둠 상태에서
믿음 생활이란 노정이기에
손만 스치면 내 아버지 집 찿아가는 내 혈육인가 싶어 잡아보기도 하지만
뿌리치는 가슴서늘한 손 움직임에, 차가운 바람에 숨이 막히듯 서있기를 몇 번.
사랑없는 일방적인 밀침에 넘어지기도 몇 번.
어둠 속 어디를 가는지 모를 무리의 발자국 소리와
나, 들어본지 아마득한 무리 속에 하나된 웃음소리에 도리어 외로워지는 순간이 너무 힘들어
울음같은 신음 소리로 스스로 다잡으며 나아가는 길.
한 손엔 자기 무리 동료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엔 막대기를 들어 자신들이 가는 길에 부딛힐
사람들의 접근을 먼저 막고자 휘두르는 그들의 동료의식에 소외감을 느끼며,
그래도 나와 같은 우리 혈육들이 있나, 잡히는 손 있나 싶어 더듬 거리며 나아가는 길.
혹시 나의 뿌리인 내 아버지집으로 가는 형제이나,
어둠으로 인해 알아보지 못하고 엇갈린 방향으로 스쳐버리는 내 혈육은 없는지,
옆에 있으나 뿌리친 손 옆에 있는 손이라 미쳐 손을 잡아보지 않은 손은 아니었는지,
혹시나 시달리다 시달리다 이젠 지쳐 진짜 형제의 손인지도 모른체 뿌리친 그 손이 우리의 혈육인지도 모르는 현실이 일어날까 난 그것이 제일 안타깝게 두렵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내 아버지를 기억하여 애타게 찾아가는 내 혈육이라는 것,
그것이 우리들을 연결시킬 가장 소중한 고리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정 내 아버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각자의 소망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소망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우리 아버지의 소망이기에
백번 천번 아니 만번을 속아도 같은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면
일단 반가운 마음으로 얼싸안고 마음 문을 열고 우리의 나아갈 바를 도모하는 것이
어두운 밤.
목적이 다른 사람들과의 그 힘든 부딪힘에 진절머리나도록 외로워진 우리 형제들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손과 손이 닿았고 아버지께로 향하는 방향에만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형제라면,
적어도 목적지가 다른 이들과는 다른 그 어떤 반가움과 기쁨을 가지고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조사에 조사를 해 볼 일이다.
의견이 달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더라도
"길이 수상하면 내 가던 길로 이내 쫒아와 !"
뒤돌아서가는 뒤통수에다 큰 소리로 말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은 가지고 싶다.
내 남은 인생길, 추운 겨울날 문풍지 없는 문짝처럼 시린 가슴 웅크리고 산다하더라도
그 가난한 마음과 그 외로운 삶이,
지독하게 가난한 마음을 만들어 한 하나님을 섬기는 형제라는 사실만으로도
귀한 손님 맞은듯 기뻐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될 수만 있다면
나 기꺼이 그런 고독한 삶을 내 인생으로 불러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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