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가냘픈 코스모스같은 아이다.
자기 주장도 강하지 않고 안될 것도 별로 없고 될 것도 따로 없는 듯 보인다.
그렇게 부드러워도 양심에 관련된 것과 자존심에 관련되어서는 놀라울 정도로 중심을 잡고 있는 아이다.
어렸을 적에 난 늘 그 아이를 내 그림자처럼 데리고 다녔다.
친구집에 갈 때에도, 놀러 나갈 때에도...
동네 아이들과 놀러 나갈 때에도 그 아이는 날 따라오려 했고
내 어머니는 꼭 그 아이 역성을 들어 동생을 데리고 가지 않을 요량이면 나가 놀지 말으라고까지
협박아닌 협박을 하셨다.
내가 노는 아이들이 주로 남자애들이었으니 동생 데리고 나가도 별 눈에 띄지 않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한참 놀고 있는데 "누나, 나 오줌 마려워"하면 바지 내려 오줌 뉘여주고 나면
노는 흥이 깨어져버려 정말 귀찮기짝이 없었다.
오줌 뿐인가, 어설픈 내동생 넘어지기는 어찌나 잘 하는지...
넘어져 울면 난 그 시간으로 노는 것 포기하고 그대로 동생 손잡고 집에 들어와야 했고
내 어머니 "동생 잘 살피라 했더니.. "라는 핀잔은 나 혼자만 들어야 했다.
그렇게 내 동생 집에 데려다 놓고는 다시 나가 놀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난 한번 흥이 깨어져 버리면 재미가 새로 나지 않았다.
어쩌다가 동생을 떼어 놓으려 몰래 혼자 놀다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내 나간 것을 어찌그리 귀신같이 아는지, 울고 불고하여 어머니를 괴롭힌 동생 때문에
죄 없이도 콩쥐처럼 야단을 맞았다.
그러기에 혹여 그런 날, 가슴 졸이며 들어오는 그 기분이 기분나빠 그런 일은 잘 만들지 않았다.
학교 졸업하고 부산에 내려와 있을 때,
누나 한번씩 아파 누워있는 날에 와선, 큰 조카 포대기로 업고는 설겆이며 집정리까지
그리고 애들 먹이는 것까지 군말 없이 도와주던 너무나 착한 동생이기도 하다.
서점하면서 조카들 책 택배로 보내주고, 누나 좋아한다고 천안에 일부러 들러
천안 호두과자를 그것도 누나가 챙기는 누나의 이웃들 것까지 무겁게 들고 오는 아이다.
세상이 편리해 전화 한통화면 택배로 다음날로 받을 수 있지만
따뜻하게 구워진 것이 맛있다고 그 미련함을 떤다.
내가 미처 친정 어머니께 들르지 못하면 이틀이고 삼일이고 묵을 호도과자이지만
따뜻하게 막 구어진 것을 먹이려 사오는 정성이 너무 고마워 아무말 않고 받아든다.
다른 친구 동생들처럼, 의사고 판사고 하여 세상적 힘의 의지가 될 만한 그러한 것은 턱없이 부족한 아이지만, 난 살수록 우리 동생이 좋다.
난 갈수록 착하고 여리고 순수하고 인간적인 사람들이 좋다.
그래서 난 세상적인 힘이 되어주는 든든함은 없어도
내 마음이 언제라도 가서 쉴 수 있는 나의 뿌리와 같은 이들이 살아 있어서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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