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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빛이 있을 때와 빛이 없을 때

인천에 다녀왔다.

야간우등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 서둘러서 출발하니 일찍 돌아올 수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수 많은 산과 강을 그리고 스치는 주변의 가을 전경들을 보는 것은 아주 행복했다.

이 자연에서 누리는 기쁨은 늘 내가 살면서 누린 날들의 기쁨 중 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감나무 아카시아나무 떡갈나무 플라타나스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밤나무 소나무 갈참나무...

모두들 자기 색을 한창 내는 것이 조화로워 아름다웠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각기 화려한 잎들과 빛과 그림자의 조화 속에 자연은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햇볕 가득한 남향으로 자리잡은 언덕 위의 허술한 집.

넓은 언덕 위라 빨래가 잘 마를 것 같은 곳에 빨래줄이 쳐져 있고 걸터 앉을 수 있는 쪽마루 어설프게 놓여있는 집도 어찌그리 살가워 보이던지...

세상에 별 욕심 없는 내가 시골의 아낙으로 그곳에 살아도 전혀 불만 없을 것 같았다.

방음벽으로 쳐진 것도 벽으로 여겨 감아 오른 담장이 덩쿨도 그림 같았다.

얼마나 열심히 보았는지 오늘 쯤 다시가면 어디쯤 무슨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정도가 되었다.

청도, 문경, 용인지역 쪽이 산세나 나무들이 보기 좋았다.

목적을 가지고 가는 여정이었지만 고속버스타고 가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엔 밤이 내려 그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없었다.

오직 사람들이 만든 인위적인 것들의 발광체만 빛을 내는 것이었다.

제일 앞자석에서 그 인위적인 빛만 의지해서 보여지는 것들을 보면서

이 세상 사는 것과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단풍나무인지 열매 맺는 감나무인지

초록색 소나무인지 잎은 만지면 으스스 부서지는 잎을 가졌지만 골프공만한 단단한 열매가 맺히는

키큰 플라타나스 나무인지,

그 아름다운 가치 있는 것들이 밤의 어둠에 가려 

하나님께서 만드신 빛이 비쳐지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나무로 서 있었다. 

그 어두운 밤. 영적인 어둠이 깔린 밤.

그 밤의 어둠이 각자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덮고 있을지라도

그래도 그 시간,그 자신이 지닌 가치의 내적 깊이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이 비춰지기 전,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무인지 알기 전이라도

뿌리에 충실하며 하나님께서 본능으로 주신 성실한 양심으로 견디다가

빛이 세상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그 건강하고 자기다운 나무들은 결국 각기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라는 잔잔한 희망이 몰려왔다.

내 나무는 어떤 나무일지 궁굼해졌다.

잎은 어떤 색일지? 어떤 크기일지? 어떤 열매를 맺는 나무일지? 

꽃을 피우는 나무일지? 그렇다면 꽃 피울 때 어떤 향기를 날릴련지?

...

그러고는 의젓한 생각이 들었다.

이 밤을 온 몸으로 품으며 그 무거운 어두움 속에서

도리어 나의 희망을 더 굳건히 하며 인내하리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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