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학교 캠퍼스.
공과 대학 건물 내의 교수 연구실.
그곳에서 참 마음에 드는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난 그분을 인물로 표현하고 싶다.
그분 연구실을 들어서면서 난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의 조합으로 현기증이 났다.
외관은 공장 내의 방음시설이 되지 않은 작은 공간 그곳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오디오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지만
난 사실 음악을 내가 느끼는 범주 안에서만 즐기는 사람이기에
난 그 공간 안에 관심이 무척 많았고 새로운 환경이 날 내심 들뜨게 했다.
평소 내가 지겨워하는 상식적이고 겉치레적인 인사와 달리
어떤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것은 내가 좋아할 선물의 종류를 고르려는 배려였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그분은
난 파이프 오르겐 성가곡 한곡과 타이타닉의 주제가인 My heart will go on you를 악보와 함께 방금 준비한 음악으로 말없는 인사를 대신하였다.
음악이 시작 되려하자 불을 끄고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그 음악을 감상하며
그의 관심은 자신이 주는 선물에 선물 받는 이가 어떻게 즐기는 가하는 것에만 관심있는 듯 했다.
난 그 모든 것이 느껴져 기쁜 마음으로만 그 선물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 공간의 주인은 영화에서 봄직한 개성있고 인자한 선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공간 안은 거추장스럽고 겉치례적인 외투같은 말이 필요 없어서 좋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자유로운 영혼이다'라고...
남편이 옆에 있기는 하였지만 남편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사람의 일상에 매여진 틀이 없는 순수한 영혼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나도 그 덕에 자유롭고 싶었는지 모른다.
옆 사람들에게 간단한 양해를 구한 뒤
그는 그의 가방에서 꺼낸 호주의 오지에서 구입했다던 십수년이 된 소가죽 모자와
평소 고독하게만 느껴왔던 색소폰 연주로
우리가 앉은 공간을 낭만과 자유로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다.
내가 진정 누리고 싶은 여유와 자유였다.
그와의 만남은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의 만남이었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의 한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정말 여행을 함께 하고 싶은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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