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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3

어느날의 일기

여호와의 증인 조직으로부터 나온 지가 반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증인 조직을 나오고 주변의 지인들은 자신들의 교회로 합류할 것을 기대하였지만
 증인을 나오면 갈 곳이 없다는 일반적인 사실에 나 자신도 예외일 순 없었다.


너무 똑똑이가 되어서 갈 곳이 없다거나,
증인으로 있으면서  증인 조직 아니면 거짓종교조직이라는 세뇌라든가
그런 이유는 정직하게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여호와의 증인은 조직과 밀접한 연계된 생활을 살기 때문에

 사람이 만든 어떠한 조직에서 보다
증인이 조직을 나오게 될 때에는 그만큼 더 힘이 들었다.


인간이 만든 조직이라는 번데기에서 벗어나려는

 나비로의 탈바꿈의 고통의 시간이란 면에서
어떠한 사람의 조직보다도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나비가 번데기로 돌아갈 수 없는 원리가
나에게 적용되어
사람이 만든 조직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어찌 하여튼 나는 타 어떤 조직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증인을 나올 즈음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두렵고 외로운 질문에
가나안님이 답을 해주셨던 대로
 "예수그리스도에게로"   그 길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지금은 또 믿음의 눈으로 그분의 인도하심을 보고 있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물리적으로 영적인 눈을 매순간 그리스도께로 매어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영적인 눈으로 예수그리스도께 초점이 맞춰지지 못했을 때
때때로 난 공황상태에 빠져버리게 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인간 조직에 속해 있는 무리를 향한 부러움이 독버섯처럼 자라남을
난 두려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난 성경에 나와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하나님
또는 인간 왕을 요구하고 바라는 어리석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마음을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아주 경계하게 된다.

 

나는 신앙에 있어서의 새로운 형태의 길로 들어섰음을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다.
이전의 신앙의 길에선 
길을 찿기 위한 몸부림의 길 이었지만
지금 내 앞에 펼쳐지는 신앙의 길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  이제는 이제껏 터득한 길을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알 게 된 것을 실천하며 나아가는 길이다.


오로지 성경을 옆에 한 외로운 길이며
자유로운 내가 주체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그 길은  자기 정체성을  계속 확인하여 나아가는 길이기도 한  외롭고 무료한 길이다.
늘 사람을 그리워하는
적어도 나에게는...

 

오늘은 문득 지금의  영적인 상태가
잘 익은 포도가 건포도로 되는 과정을  지금 내가 겪고 있을 지 모른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날 들의 의문과 열정들의 과즙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 농축되어
썩지 않고 건포도로 변해 가는 건전한 과정임을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팍팍한 듯 외로운듯한 이 시간들을 즐기며
하나님의 도우심과 다양한 성서 연구의 개인적인 노력을  뜨거운 햇살로 삼아
썩지 않은 새로운 건포도가 되는 그날을 위해
인내라면 인내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보았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는 우리 사랑하는 님들은 그 기나긴 세월을 어떻게 견디셨나 하는 가슴 아픈 생각과
그에 비하면  우린 너무 행복하고 편한 길을 가고 있음을 새롭게 느끼며
그럴수록 우리 님들 생각에 가슴이 아파 온다.

 

그리고 결국엔 우리를 형제로 묶어 주신 하나님께 새로운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나의 병적인 외로움을 달래본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까페 식구들의 이름들이 뜨지 않고 내 이름만 덩그러니 올려져 있으니
갑자기 외로움이 몰려와서 이런 힘없는 일기를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 독백형태의 글이라 낮춤말로 되어있음을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