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아주 이른 아침에 부모님의 나지막한 대화에 잠이 깨었습니다.
그땐 늘 그러하였듯이 잠이 깨어도 자는 것처럼 그렇게 부모님의 대화를 마음으로 들었었습니다.
제 동생이 신장염으로 서울 메디칼 센터에 입원해 있었을 때였었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날 아침 어머니는 동생이 병원 밥을 통 못 먹는다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하시고 계셨고, 저는 어머니 심부름으로 집에서 조금 멀리 있는 큰 가게에 동생이 좋아하는 통조림 세트를 사러 가게 되었습니다.
큰 돈 밖에 없으셨는지 어린 저에게 만 원 짜리 한 장을 주시면서 큰 돈이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여러 번 하셨습니다.
저는 손에 돈을 꼭 쥐고 뛰었습니다.
가게에 도착해서 돈을 지불하려고 손을 폈을 때에는 제 손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주먹을 꽉 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도 모르게 돈을 흘린 모양이었습니다.
그 당시 후암동 윗길은 아침이면 아이들의 등교행렬이 대단하였었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몸이 여러 번 부딛칠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새벽녘 부모님의 돈걱정 이야기를 들었던 저에게는 아주 난감한 일이었지요.
야단맞는 것이 두려웠던 것 보다 돈 사정이 어려운 어머니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정말 싫어서 그 상황이 눈 앞이 캄캄해지도록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유년 시절 어린이 성경학교에서 하나님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났던 것이지요.
초등학교 이 학년 아이의 걸음으로 십분 정도 걸리는 길을 왕복으로 네 다섯 번을 땅만 보고 다녔습니다.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 제가 잃어버렸음직한 만원짜리 지폐를 발견하였습니다.
하수구 밑으로 빠질듯 말듯 하던 참이였습니다.
처음엔 하수구 밑으로 빠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조심스럽게 돈을 내 손에 쥐고서는
손에 쥔 이 돈이 내 돈이 맞나하여 가슴이 두근거렸고,
하나님께서 정말 내 기도를 들어주셨나하여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왜이리 늦었냐고 하시는 어머니의 핀잔을 뒤로 하고 학교로 뛰면서 마음이 아주 복잡했습니다.
왠지 내가 평소에 참 좋아하는 어려운 어른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을 때의 부끄럽고, 쑥스러우면서도 진정이 잘 안 될 정도로 기분 좋은 감정과 과연 하나님께서 도와주신 걸까? 우연한 일은 아닐까? 하는 찬물을 끼얹는 듯한 생각이 각각 나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 기억엔 학교에 가는 길에 마음 속으로 마음을 정리해 버렸습니다.
내가 기도를 했고 어려운 확률로 그것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 맞다고....
그리고 의심을 하면 하나님께 죄송한 일이라고...
제가 하나님을 부르고 찾게 된 첫날이었습니다.
볼 수도 없고, 그분의 말씀도 직접 들을 수도 없기에, 제가 그분에게 도와달라고 청하여 어떻게 바라는 대로 되어도, 안되어도, 뭔가 분명하게 말을 할 수는 없어도, 그냥 마음속 양심의 눈으로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외로운 길을 떠나게 된 첫날이었습니다.
어릴적 성경학교에서 배운 간단한 지식. 하나님은 우리를 만드신 우리 아버지이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라는 정도가 어린 제가 하나님을 찾게 된 이유의 전부였습니다.
그 사건이 어린 저에겐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 사십의 중반에 선 지금도 그때의 감격과 혼란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들이 그때의 제 나이보다 곱절이 된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에 대한 너무도 간단한 지식으로만 시작한 저의 신앙이 지금까지 없어지지 아니하고 유지되고 있음은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였다라는 생각에 가슴 벅찬 기쁨이 느껴집니다.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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