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슨 일을 했느냐?
네 동생 아벨의 핏소리가 땅에서 나에게 호소하고 있다.
땅이 그 입을 벌려 네가 흘리게 한 네 동생의 피를 네 손에서 받아 마셨다.
그러므로 너는 이제 땅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다.
네가 땅을 갈아 농사를 지어도 더 이상 땅은 너를 위해 열매를 맺지 않을 것이다.
너는 땅에서 떠돌 것이다."
가인이 여호와께 말했습니다.
"이 벌은 제게 너무 무겁습니다.
주께서 오늘 저를 땅에서 쫓아내셨습니다.
저는 이제 주를 만나 뵐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저는 땅에서 떠돌며 유랑할 것이고, 누구든지 저를 만나는 사람은
저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다. 누구든지 가인을 죽이는 사람은 일곱 배나 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시고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표시를 해 주셔서, 가인이 누구를 만나든지
그 사람이 가인을 죽이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란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목에 걸려 있는 창세기 4장 중 가인의 이야기가 뭉클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독의 의중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인생사 선악에 대한 나름 확고한 나의 인식에 균열의 가능성을 보았다.
먹는 신선한 음식과 깨끗한 음료가 몸 밖으로 배설할 내용물과 함께
우리 안에서 함께 공존해 있듯
사회적 인간인 우리에게
선과 악이란
창조될 때부터 함께 우리 안에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러웁지 않을까?
그러한 흐름에서 창세기 4장에 기록된 하나님의 다소 유하게까지 느껴지는 하나님의 벌에 대해
내게는 이해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해 냉소적인 이들이 말하는 "네 하나님이 세상 모든 걸 만드셨다며..
악이 마귀의 것이라면 그 마귀도 너네 하나님께서 만드신 거네..
세상의 슬픔과 불행도 그럼 너네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거 아냐?"라는 말에 답변 못하고
그런 논리에선 사실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고 있는 내게 앞을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탈출구가 보이는 상황을 만난 것이다.
솔직히 앞에 하나님에 대한 냉소적인 질문은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고 있는 내 스스로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선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악은 사탄 마귀에 속한 것으로
에덴에 선악과 사건 이후에 우리에게 죄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경직된 이분법적 논리의 인식은
사실 나에게 참 불편한 인조 양심 같은 것이었는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몰려왔다.
선악은 공존할 때 선이 선이 될 수 있는 법.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까만 구슬과 흰 구슬, 그리고 그 구슬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연결봉 같은 것으로 (선과 악 그리고 마음)
어떤 입체적 모양을 만들어 낼 때
그 입체적 조형물이 가지는 그 기능이 그것들을 있게 한 목적이 있다고 봄은 어떨까?
...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모여 살고 있다.
온전히 서로의 의지에 의한 선택으로 연결된 가족 형태의 모둠..
가족 아닌 그 가족을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팽팽한 끈은
각자의 목숨줄만큼 본능적이며 따뜻하고 진솔하다.
그 가족 형태의 각 사람들의 삶은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 밑바닥 생활이며
어느 하나라도 바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 구린 밑바닥 인생들로 보여지는 그들이
음지에 자라난 이슬 머금은 깨끗한 버섯들이 되고
더럽고 무섭다면 무서울 그들의 집은 범죄의 장소가 아닌 버섯들이 자라는 음습한 숲속 한 귀퉁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정죄하고 판단하는 어두운 측면만 가득한 그곳에서 오히려
인간애가 솟아나며 서로를 위하여 자기를 버리는 따뜻한 가슴들이 힘을 받고 서로 보듬고 살았왔다면
문제를 사회에서 도퇴된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찾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살아가는 사회적 영역에서 지켜져야 할 옳고 그름의 영역과
따뜻한 심장과 차가운 심장이 빚어내는 내면에 에너지 영역의 혼재로 뒤엉킨 '어느 가족'이란 영화는,
나로 흰구슬 검은구슬이 어우려져 만들어 내는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
저건 검은 구슬 저건 흰 구슬 가르키는 어린아이식 결벽증 사고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하신 말씀
"네가 좋은 마음을 품지 않으면 죄가 너를 지배하려 할 것이다.
죄는 너를 다스리고 싶어하지만, 너는 죄를 다스려야 한다"란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한다.
범법이 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결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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