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
이땅은 온통 에너지의 세계 같습니다.
저희 눈에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한계지을 수 없어 눈으로 볼 수 없는 실제 것들의
그림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내내 걸었습니다.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던
신화속 시지프스처럼,
본디 걸음을 시작한 목적을 잃고, 눈 앞에 길이 길을 내는 그 길로
저는 밤을 새워 내내 걸어야 했습니다.
길은 끝없이 길을 내었습니다.
산꼭대기까지 이어지는 무수한 계단을 올랐으나
그 계단은 다시 골짜기로 연결되어 있었고
저는 우선순위가 걷는 일인 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계속 걸었습니다.
도로와 만나는 길의 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람처럼 되어
주변사람들도 그저 배경처럼 두고
밤새 걸었습니다.
어슴프레한 새벽이 열리고 있었고
그 새벽에 처음 발길을 뗀 그 장소에 다달았습니다.
그 장소에 다달았을 때서야
밤새 걸었던 그 걸음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간극 사이에 존재하는
불안한 에너지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불안한 에너지에 반응은
보이는 현상에 무조건 반응하여
그 불안감을 떨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싫어하는 단세포적인 행동이었죠.
어젯밤의 비극은
감당하기 벅찬 불안한 에너지를
제가 그토록 싫어하는 단세포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소비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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