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밑을 진공청소기로 밀고 있는데
순식간에 뭔가 확 빨려들어가는 소리에 놀라서 꺼내는 순간
두루말이 휴지가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가 작동이 멈춰서버렸습니다.
성능이 얼마나 좋았는지 외부는 물론 본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곳에까지
휴지가 말려들어가 있었습니다.
진공청소기의 그 흡인력에 탄복을 하면서
그 진공청소기를 분해하였습니다.
진공청소기 본체는 그저 담는 그릇일 뿐이었습니다.
순간..
자신에게로 집중되는 이기적인 본능
그 본능이
진공청소기의 흡인력과 같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흡인력은 죄성에서 비롯된 이기적 본능과 너무도 흡사했습니다..
자신에게로 무한히 끌어들이고 있는 에너지
스스로에게 끌어들이는 소용돌이의 힘 ..
그 소용돌이의 힘 ..
저의 본능은 그 힘과 하나였으나
정작 저 자신은
그 에너지와는 전혀 무관한
헛개비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에 전기에 감전되듯
실제 자신은 도리어 평정을 잃어버리기 일수였지요.
사랑하는 아버지 ..
그 에너지에서 자유롭게 되는 길은
오직 스스로에게 집중되는 그 힘을 빼는 것인데
저는 그것이 잘 안 됩니다.
저는 질경이처럼 질기고 민들레처럼 끈질긴
이땅에 먼지 뒤집어 쓴 길가에 야생초와도 같나 봅니다.
이땅에 건강한 생명력이란게
결국은 선이든 악이든 스스로에게 몰입되는 것이기에
그래서 사람에게 선한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속한 선과 악의 편린들은 그저 단순한 개념과 관념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가운데 그것이 나아가는 힘의 방향에 의해서 결정되는
어떤 에너지의 상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에덴에 서 있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
그 금단의 열매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말씀이 진실로 선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동산 안에 있는 모든 실과는 먹되 동산 한가운데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마라.
그것을 먹을 시엔 정녕 죽으리라.."
그 말씀은 아담과 하와에게 진실로 사랑의 마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기능은 애초부터 피조물인 사람에 속한 것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오직 당신의 사랑에 명령 그 자체에 순종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의미만 있었던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당신께 속한 사랑과 선함은 당신께서 거대한 에너지 자체이시듯
당신의 사랑과 선함 또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데
그 방향이 확장과 팽창 즉 밖으로 끝없이 연계되어 발전하여 점점 증폭되는 것이었으나
육체를 가진 사람이 선택한 방향은 자신에게 집중되어 점점 축소 응집 소멸로 향하는 에너지였기에
죽음이라는 에너지의 정지 상태로 머물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당신의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죽게 되도록
당신께서 그리 의도하여 만드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선택의 결국을 당신께서 미리 알려주신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게 오늘의 저 진공청소기처럼
자신에게 몰입되는 이기적인 그 에너지의 숨구멍을
틀어막는 그 하얀 휴지는 어떤 것이 될까요.
일일이 경험하고서야 내려놓는 저는 참으로 믿음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버지.. 그런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 욕심이 제 마음에 힘을 모을라치면
저는 이제 '진공청소기'를 떠올리렵니다.
참으로 피곤한 날입니다.
오늘 밤엔 당신의 품안에서 쉬고 싶습니다.
영영 쉬게 해달라면 그또한 이기적인 욕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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