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그랬다..
아직도 옛날 그 아파트에 그대로 사느냐고 ..
내가 사는 작은 서민 아파트..
그래도 그땐 이 동네에선 가장 좋은 아파트였다..
우리 동네 ..
문명의 이기보다는 자연이 더 자연스러운 동네였다.
약국 뒤 작은 전셋집에 신혼살림이 들어오던 날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을 하였다..
한번 구경해도 되느냐고
마당이 없어 현관문이 대문이던 문을 불쑥 열고 물어보던 이웃들 ..
문짝이 세 개이던 냉장고에
그당시에도 전혀 놀라울 것이 없던 전자레인지에 놀라던 소박한 이들..
이 동네를 소쿠리 동네라 하던가..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동네라 했던가 ..
이 동네는 한번 들어온 식구들을 절대 놓지않아
들어왔다 십년이 되기 전에 이사 나가면
망하여서 다시 들어오게 된다는 동네 ..
십년을 두 번 하고도 몇 년이 지났으니
이동네도 서운하지는 않을듯 하여 우리는 이제 ..
이 동네를 떠나려 한다..
동네 어귀 사업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던가 ..
어느 봄날 .. 병아리 열 마리를 사다 풀어놓고 키웠더란다..
사업장에 일하는 남자 다섯 ..
병아리 열 마리를 사가지고 풀어놓던 날 ..
우리 한 사람 앞에 촌닭 두 마리로 여름 보신을 하자 했단다..
채 자라기도 전에 비실비실 죽어버리기도 하고
야산에서 내려온 족제비에게 물려가 없어지기도 하고 하더니
결국 두 마리만 장닭이 될 때까지 남았다 했다..
어느 날 어떤 한 분이 자기 몫의 닭 한 마리를 잡아 집에 가져갔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속은 쓰려도 말을 하지 않았으나
며칠 뒤 또 한 마리 닭을 잡아 또다시 챙기는 걸 보고서는
" 야! ** 니 닭만 살아있다든? "
"내년부터는 닭 모가지에 이름표 달아놓아야것네 !"라는 말로 불편한 심사를 내비치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는 .. 멋적게 웃으며
" 느그들이 저것들 돌아다닐 때 눈길 한번 안 주길래 잡아먹을 생각이 없는줄 알았지.."라며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겼다 했다..
그 소리를 제 각각 안방에서 듣고는 그 촌닭 두 마리를 잡아먹은 집이 누구네 집이라는 것을
그들과 별 관련없이 사는 나까지 알게 될 정도로 이 동네는 문턱이 낮았다..
사실 그 닭을 잡아먹은 집과 우리집이 특별한 관계여서 나는 양쪽으로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셈이었다..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자신들이 실수가 많아 남에 실수에 관대한 사람들 ..
받은 상처와 피해보다 그 상처와 피해를 낸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 사람들 ..
사실 난 이 이웃들과 떠나 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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