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나이 아홉 살 ..
개 나이로 노인 연령층이라고 한다,
내 눈엔 여전히 귀여웁건만 보는 사람들마다
"저 개가 늙었네 .."라고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한다.
남에 나이라고 제 맘대로 계산하여
사람 나이로 치면 칠십이라고까지 막말하는 이웃들도 있다..
난 인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어린 나의 새끼로 여기고 있었는데..
내 눈 앞에서 그녀석의 꺽여버린 건강이 드러나고 말았다.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때문이었을까?
약국에 찾아온 손님이 사가지고 온 베스키라빈스 아이스크림과 함께 딸려온 드라이아이스..
장난기 많은 남편이 대야에 물을 담고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미키 앞에 내어 놓았고
만류하는 내 손을 박차고 나갔던 미키는 마법에 끌린듯 마법의 연기같은 그 연기속에
고개를 쳐박고 그 물을 미친듯이 마셔댔었다.
무척 흥분하면서 ..
불안해 하면서도 하는 짓이 신기해 한동안 그냥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나보다 과학적 상식이 많은 이가 괜찮다고 하니 그걸 믿고서 ..
그 이후로 미키의 심리상태가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난 몹시 흥분하고 난 탓이라 여겼다.
어제는 재수없이 또 평소 원수같은 제 적수가 주인 손에 안겨 들어와서는
시비를 걸어왔다.
예민해져 있던 미키는 평소보다 더 지나치게 반응하면서 이빨까지 드러내고 짖어대더니
급기야 간헐적으로 오던 마비가 또 왔는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않아 앓고 말았다.
지나치게 신경열을 올린 탓인지 심장쇼크까지 와서는 심장이 무척 뛰고 있었다 ..
약국에서는 그런대로 안정을 찾더니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는 상태가 아주 안좋아졌다.
잘 걷지도 못하고 넋을 놓아버린 늙은 개처럼 표정도 반응도 없이
어두운 방 구석에 배를 깔고 누워있고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꼭 자폐증에 걸린 아이처럼 ..
한 번씩 마비감에 비명을 질러대며 ..
꼭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내가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나를 생전 처음 보는 사람 대하듯 슬슬 피하기만 했다.
아침에 아파트 건너편 숲길에 제 볼 일을 보고나서
아파트 6층에서 저를 지켜보며 올라오라 부르는 내 소리를 들었는지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기다렸는데 하도 올라오지 않아 내려가 보았더니
일 층 계단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힘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난 그 녀석이 이젠 더이상 어린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은 이미 노화가 진행된 상태였던 것이었다.
과하게 흥분하는 것도 심장에 무리가 오고 있었으니 ..
그녀석을 끌어 안고 올라오면서 그 녀석이 오래 버텨봐야 5년일 것이란 생각을 하니
눈물이 쏟아졌었다..
나의 귀한 인연이라고 꼭 사람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행여 전화를 받고 울기라도 하는 날이면
달려와 짖고 핧아주기를 반복하던 녀석이 어찌 사람이 아니라고 인연이 아닐 수 있겠는가 ..
우리집의 가족사를 다 지켜보고 함께 살아온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 관음죽은 또 어떤가 ..
난 그들에게 대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
미키를 안고 목욕을 시키고, 그 관음죽에 물을 줄 때의 마음은 이미
내가 키우는 동물과 식물 이상의 인연을 대하는 마음이다..
미키를 일요일날도 문을 여는 병원까지 데려갈 상황은 아닌듯 싶었다..
그것은 소화기관에 어떤 문제도 없어 보였고 대소변 모두 정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간헐적으로 오는 마비감은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근육경련일듯 싶고
이번의 일은 지나친 흥분으로 인한 심장에 무리였을 것이라 여겨졌기에
오늘 아픈 아이 다루듯 다정하게 종일 품어주고 있다가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내일 월요일 날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미키의 꼬리가 정상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눈에 감정이 실리면서 꼬리를 치거나 비록 힘이 없지만 내 손을 핧아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맥이 없고 힘이 없는 것은 여전하였지만 ..
진짜 건강은 한 순간에 꺽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나도 이젠 어느 날 갑자기 꺽여버릴 건강에 대해 두려운 마음으로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
내가 나이 오십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있다니 ..
여전히 철없고 어린 계집아이같은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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