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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순전한 믿음

우리 미키의 나이는 아홉살 ..

그 9년의 세월은 내 아이들보다 더 나랑 밀접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함께한 시간들이었다.

 

미키는 누구보다도

나의 활동 범위와

자신을 향한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황금연휴라는 기간 속 소용돌이에서

서울을 다녀온 피곤감까지 겹쳐

요일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나는

평소 기상시간보다 조금 늦은 6시 30분에 벌떡 일어나

딸애를 깨웠다가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잠을 들었다가 너무 늦은 아침 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미키는 늘 하던 대로 제 아침 볼일을 보러 학교 후문 담벼락 나무숲 속으로 달려나갔고

빨리 돌아오지 않는 그 녀석을 먀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난 딸애를 영어학원에 데려다 주고 와야했다..

불안하지만 나름의 그 녀석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서 ..

 

한 시간이 넘었을까

약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아파트에 다시 가 보니

우리 아파트 입구 앞에서 얌전히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키를 볼 수 있었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가볍게 뛰어 올라

제 발바닥이 더러운지도 모르고 내 무릎 위로 뛰어올라

제 입이 얼마나 더러운지도 모른 채로 내 입에 바로 입맞춤을 해버리는 그 녀석은

분명 내 사랑이 분명하다 ..

 

내게 두는 그녀석의 순전한 믿음은 늘 나에게 화사한 행복을 선사하며

오늘의 그 행복은 내 하루의 삶에 잔잔한 일상의 기쁨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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