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많이 아프고 나니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졌다.
평소 대형 목욕시설 같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늦은 시간 한번씩 가는 온천 히노기탕에 대해서는 감정이 전혀 다르다.
개운해진 몸으로
딸아이를 데리러 독서실 앞에 대기하고 있노라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딸애와 그 아이 손에 들려진 성경책이 함께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성경을 가까이 하지 않던 아이였는데..
감사하고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차에 타는 아이에게 요즘 성경을 읽니?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예뻐 지금 어디를 읽고 있느냐고 물으니 뜻밖에 이사야서를 읽는다고 했다.
"으잉? 너무 어려울텐데.. 너희 때는 전도서를 읽으면 좋을텐데..
아니면 사복음서부터 차례차례 읽어 나가던가..하지"
그때 "전도서? 그거 다 아는 이야기이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흘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으며 .. 나는 고개돌려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 아이시절에 뜻도 모르면서
두렵고도 긴장되고 경건한 마음으로 요한계시록을 읽고 있었으니까..^^
그랬다.. 그땐
뻗어나갈 것만 생각했다.
웃자랄지라도 뻗어나갈 것만 꿈꿨다..
불쑥 불쑥 여기저기 일관되지 않더라도 기웃거렸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 미지에 세계에 대해서 ..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막 자라오르는 우리집 베란다에 페퍼민트 ..
그 녀석이 주변 눈치보며 폼나게 차근차근 자라오르던가 말이지..
그 새파란 생명에 가위를 대는 것이 안스러워서 두고만 보았더니
자신의 생명력을 마음껏 뽐내며 가는 줄기마다 제멋대로 들쑥날쑥 자라오르기를 한참..
그래도 결국에는 전체적으로 얼마나 무성하게 되었던가 ..
그래.. 우리는
줄기를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가게 되어 있지..
그리고 나서야 ..
그때서야 ..
자기 뿌리를 돌아보게 되는 게지 ..
그리고 나와 너가 같지 않음에 연연해 하지 않고
너와 내가 가진 생명력에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 어울려질 수 있는 게지 ..
그런저런 생각에 잠시 잠겼다가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한 사실에 기특하여 예뻐해 주려고 돌아보니
아이는 그새 잠이 들어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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