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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어떤 면에서는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서울에 계시는 이모가 부산에 내려오셨었다.

 

늘 아버지 그늘에서 아버지 수발과 자녀들 뒷치닥거리 하는 것을

당신의 삶의 의미이자 낙으로 여기며 살아오셨던 어머니에게

이제부터는 자신의 생활을 찾아 보라고 권하셨다..

 

당신은 일상에서의 잔잔한 즐거움에서부터 시작하여 여행, 취미생활, 삶의 여유까지

원없이 누려보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당신의 언니인 내 어머니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니

이제부터라도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과도 어울리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겨보시라

간곡하게 이야기를 하셨다..

 

발에 줄이 매여 오래 살아 온 융통성없는 장닭

발에 매인 끈을 풀어줘도 늘 머물던 장소 이외에는 벗어날 줄 모르듯

내 어머니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계신다..  

 

내 어머니가 이모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바로 지금의 내 나이 때이다..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결혼을 하셨으니

지금 내 아이들의 나이보다

내 어머니의 아이들인 나나 우리 오빠의 그 시절 나이가 더 많게 된 것이고.. 

 

푸르름과 황혼빛이 교차할 즈음인 지금 ..

나는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본다..

 

나 역시 내 어머니가 이모에게서 들었던 충고를

내 주변에게서 들어 온 것은 사실이나

나는 내 어머니와는 달랐다. 

 

그 당시 어머니들이 거의 그러셨듯이

내 어머니께서도 우리 가족의 울타리 자체가 자신의 우주였었다.

종교도 그 가족들의 안녕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도구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에 비해

어떤 면에서는 ..

나에게는 나도 나를 어찌 할 수 없는 상당히 이기적인 부분이 있었다. 

 

왜냐하면 

현실적인 배려나 위해주는 면에서는 

내 어머니처럼 나 자신보다 늘 가족을 우선으로 하여 살아왔으나 ..

 

나의 영혼은 구속될 수 없어서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타고난 것일지 모르는 내면에 공허한 바람의 소용돌이에서 솔개처럼

솟구쳐 올랐다가 더 넓은 땅을 늘 동경하고 살았으니까..

 

그리고  ..

내면의 정신적 공허를 채우기 위한 노력적인 면에서 만큼은

철저히 홀로이기를 고집하는 야성으로 꽉찬

가두어지지 않는 치타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였으니까 ..

 

그리고 .. 그리고 .. .

내 생명이 가능하게 되었던 이유를 가지고 있는 나의 神을 찾아야만 했었고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불합리를 여쭤봐야 했었고..

그리고 근거없는 .. 이유없는 .. 공허한 바람으로 인해

내면의 정신적 공허를 채우기 위한 노력적인 면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혼자의 세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나의 모습이었으니까..

  

지금껏 걸어왔던 내 푸르름의 세월동안

나름 고달프게 느껴졌던 것은

내 영혼의 성질이 너무 세서 

자기의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내는 까닭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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