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걸음을 시작했던가 ..
여기는 어디인가 ..
산을 넘고 넘어 드러난 평야
그리고 자기 길을 드러낸 큰 강 ..
천 날을 지나온 길 속에서
만나고 헤어졌던 인연들은 이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
인생 중에 고작 천 날에 불과하였다고 말하지 마라 ..
인생이란 그림의 삼 분의 이를 넘어서 부터는
붓칠이 아주 세심하고 예민해지는 때이니 ..
그때부터는 자기 영혼의 호흡을 새겨 넣어야 할 때이니 ..
나 ..
이제 천 날의 작은 획을 긋고
다시 천 날을 시작한다.
不惑의 나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계절 ..
눈 앞에 知天命의 의미가 드러나는 때 ..
나는 도리어 ..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한다..
내가 벗는 옷은 ..
불혹이라는 헌책방 냄새나는 고전으로서가 아니다 ..
도리어 그 오랜 경험과 하나되는 자연으로의 회기인 것이다..
내가 벗는 옷은 ..
지천명이라는 박물관 유리 속에 가두어진 색바랜 옛사람의 무명 두루마기로서가 아니다 ..
도리어 그 갚진 연륜과 하나되는 자연으로의 회기인 것이다 ..
내가 벗는 옷은 ..
자연을 옥죄는 관념의 책이며, 옷에 사람을 맟춘 정신이다..
내 모든 옷을 벗는 날엔 ..
어디든 누구에게든 다가갈 수 있는 ..
잠자리 날개같이 가벼웁고, 독수리 날개같이 힘 있으며, 학의 날개처럼 순결한 ..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또 다른 획의 시작인 ..
천 날의 일기 ..
난 기대한다..
그러나 난 사실 알지 못한다..
천 일이라는 주어진 날 수 안에서
어디까지 벗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
나에게 어쩌면 ..
여러 번의 천 날이 필요할 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바람과 함께 하는 진실한 여행이라면
결국 그러한 날은 도래할 것이고
속살을 감고 있는 아주 가벼운 옷일지라도 ..
나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마음으로
그 얇은 막같은 옷마저도 벗어
소모적인 시간 속으로 던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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