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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불러들인 사고...

고민이 생겼다.

내가 사고를 냈다 싶으면

그건 영락없는 개사고다..

 

어린 것이었다.

안아보니 우리 미키처럼 따끈한 온기가 전해졌다.

심장이 펄떡펄떡 ..

주둥이 옆쪽을 들어보았다.

꼬리를 들어 똥꼬를 보니 깨끗했다.

한 두 살 정도 되어 이빨이 아직 어린 태가 났다.

 

점심시간을 맞추어 딸애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감기가 끝나더니 열감기 후유증으로 장염이 온 것 같아

야채죽을 가지고 ..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차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위험하다 싶어 잡아다 인도쪽 공터로 내려놓으려다 보니

노숙한 지가 제법 되어 보였다.

 

아고.. 이런 꼴은 처음부터 보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노숙견 같았으면 처음부터 외면하면서

"난 .. 어른이다.. 어른이다 .."

"키우는 아이나 잘 키우자.."

"내 눈에 띄지 않았을 때에도 저렇게 살고 있었다."란 생각을 주문처럼 돌리고

다른 쪽으로 시선과 생각을 했을건데 ..

 

오늘 난 무방비 상태로 그 녀석을 안고 말았다.

사고였다.. 

내가 일방적으로 만든 그 왠수는 

내게 아주 호의적으로 내 주변을 맴돌고 장난치려 들었다.

 

딸애가 하는 말..

"내가 우유 먹이고 빵 사먹였던 그 개네..

열흘 전부터 계속 이곳에 있어.

어떤 애가 안고 있다가 가만히 버리고 가는 걸 봤어.

야자시간 끝나고 나오면 꼭 이 자리에 엎드리고 있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나 안에 나는 ..

또 .."이건 운명이야"를 부르짖었고 .. "

내 손은 ..

이미 도박에 빠져버린 노름꾼의 손이 

화투장 채가듯   ..

그렇게 그 왠수를 잡아 내 차에 실고 말았다.

 

현실이 되었다

더럽기짝이없는 그 왠수는 의자 위로 펄떡 뛰어 올라왔고

"내려가! "그 소리에 다시 내려가 배를 깔고 누웠다.

 

갑작스러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꺼나 ..

치사하게 마음바꿔 다시 내려둘 수도 없는 일 ..

큰 근심을 가지고 단골 애견샾에 그 녀석을 맡기고

털을 싹 밀어 주세요. 벌레잡는 샴프로 씻겨주시고 귀청소 해주시고

똥꼬도 짜주시고 ..

 

쓸 때 없는 고민을 불러들인 나한테 또다시 화가나기 시작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고 이 사고를 어찌할까 싶어

고민스럽게 남편과 대면하였다.

 

"왜 난 이모양일까 ..  나 .. 또 일을 냈는데.."

 

풀죽어 있는 내 꼴을 보는 남편의 첫 마디가 .. "개는  안돼..  안 ~ 돼 ..."

그리고는 포기인지 아닌지 모르게 "지금 어딨는데 ..."라고 묻는다. 

 

애견샆에서 전화가 왔다.

"미용 다 됐습니다. 데려가세요.."

 

현실이었다.

 

애구.. 어쩌나 ..

 

그 개가 왠수가 아니라 내가 왠수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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