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아스팔트 위에서

그냥 바보가 되었다.

 

몸에서 올라오는 열인지

끝없이 펼쳐진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인지

도대체 가름이 안되었다..

 

골이 흔들리니 머릿속에서는 있던 생각도 털어내려 하고

공허한 것을 못견뎌 하는 주인은

더운 날 열 받은 아스팔트 위에서 어른대며 올라오는 형체없는

허공 속 상념들을 붙잡고 놓치고를 반복하다가 지쳐 누워버렸다.

 

시체처럼 누웠다 유령처럼 움지기기를 몇 번 하니 

한 것 없이 고달프기만한 하루도 그렇게 가버려 ..

밤은 어김없이 또 그렇게 소리없이 연기처럼 다가왔다..

 

터널 속 .. 텅 빈 작은 우주엔 달과 별이 떠오른다.

시작된 곳을 알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더니 

또 왔던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는 방향도 알려주지 않고 사라져갔다.

 

몸은 염치없이..

그렇게 쉬고서도 또 쉬려는듯 스스로 눈거풀을 내려버린다.

몸은 연기처럼 풀려 허공에 풀어지더니 

밤의 어둠과 하나되어 오늘이란 날의 막을 내리려 한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얼마나 왔는지 .. 또 얼마나 가야 하는지..  

가는 길에 또 어떤 시간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려는지 ..

 

내일도 오늘처럼 ..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끝없이 펼쳐진 아스팔트 위에서 방향 잃고 두리번거리다가 

더 이상 날지 못하고 길바닥에 아예 누워버린 잠자리 꼴이 되지나 않으려는지 ..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합하여 ..  (0) 2008.07.09
옛 성터에서  (0) 2008.07.09
과연 존재감의 표현이었을까?  (0) 2008.07.07
나의 거울  (0) 2008.07.05
지우개  (0) 200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