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날이다.
그래도 호사스런 여건의 한 어머니는 당신의 어리저움증의 직접적인 해결책을 찾으시려고
아들을 찾으시어 대책을 찾으시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고 ..
입에 거밋줄을 칠 것 같다며 날이면 날마다 절에라도 나가시는 홀로 계신 한 어머니는
고독도 팔자라 여기며 혼자 며칠 째 아프신 것 같더니 이젠 목소리가 땅에 스며들게 생겼다.
한 어머니는 업어야 하고 .. 한 어머니는 내가 가서 안아야 하는 상황
어제 딸아이가 그랬다.
엄마는 혼자 계신 외할머니한테 너무 무심한 것 아니냐고 ..
자기는 커서 엄마한테 잘 할거라고 했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한테 잘 해드리지 못했으니
잘 할 필요는 없고 엄마한테 잘 할 여유 모아다가.. 시집간 네 가족들에게 잘 하라고 대답했다.
잘 해주는 것이 네가 대접받는 길이고 네가 대접받고 사는 것이 엄마에게 잘 하는 것이라고 ..
그런 말을 하는 것이 ..
꼭 흐린 가을 밤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같은 기분이었다.
***
내 어머니의 노후 생활이 자꾸 갑갑하게 생각이 되다가
문득 내 어머니도 자연 속에 시들어가는 꽃으로 생각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꾸 마음이 무거워지는 까닭은 ..
내 어머니는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한다라는 기준을 두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동네에는 불쌍한 독거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호자가 없어 나라에서 지급되는 생활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이고..
글자 판독은 물론이고 새로운 인식이 어려워 ..약 복용법을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못알아듣고 ..
아침 점심 저녁 그 글자도 몰라 그림으로 그려 달라는 분들..
복잡한 약일 때는
들으시면서도 계속 딴 소리 하시는 상태에서 어떻게 저 약을 드실까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자연 속의 자연이니 자연에 맡기는 방법 밖에는 없지"라며 체념하고 만다.
노환으로 걷는 것조차 힘든 노인들..
돈은 이미 물건 교환의 의미 말고는 없는 상태..
그 기막힌 노인의 현실은 오직 그 노인의 몫이라고만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해서든 그럴 일이야 없을테지만 ..
그 기막힌 노인의 삶이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이고 ..
그 노인과 내 어머니는 근본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던가..
기가 막힌 처지에 놓인 노인들을 자연에 맡기듯이 ..
내 어머니에 대해서도 자연에 맡기고 처한 환경에 ?추어 그때 그때 생각하자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
오늘의 막연한 나의 걱정을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