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적에..
순결해 보이는 목련과 화려해 보이는 장미가 좋았다.
그래서..
내 집 담장에는 장미덩굴을 올리고
내 집 정원에는 목련을 심으려 마음 먹었었다.
그리고 그때는 내 집 현관 앞에는 분명 주황색 카나리아가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살아보니 그것은 내 집에 고운 옷을 입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집에 고운 옷을 입히고 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 살면서 느낀 것인데.. 난 공주과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레이스 달린 공주과 원피스가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양가 어른들을 만나기로 날짜를 조율하던 때 ..
남편이 물었었다.
우리 집에 시집오면 고생 좀 할 것인데.. 그럴 수 있겠느냐고..
그때 ..
"난 공주처럼 살아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왕비처럼 살 생각도 없다"라는 답을 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다.
그때 나는 이미 ..
내가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야산의 야생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나보고 누군가 소녀시절에 원하던 그런 집에서 살아볼래라고 물으면
웃으면서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자유스러운 몸에서 나오는 새들의 소리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햇빛을 받으며 자연의 바람을 맞고
깨끗한 아침 이슬에 목욕하여 자라나는 소박한 꽃들의 예쁜 웃음이 더 좋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 좋아하던 꽃과 새들이 달라졌듯이
나에게도 부러웁도록 존경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영혼의 집과도 같은 육체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되기도 하지만
이제 내 마음과 눈빛을 흔들어 놓는 아름다움은 지극히 자연을 닮은 건강한 모습들이다.
계절의 바람에 순응하고 살다가 간혹 모진 바람 앞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지켜내
건강하게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 온 땀내나는 인간적인 모습..
그들에게서 나는 특유한 정직한 눈빛과 그들의 당당한 몸짓에서 나는 영혼의 향기를 느낄 때면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벅찬 아름다움에 가슴이 뛴다.
오늘 아침 ..
햇빛에 너무도 찬란히 빛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와
그녀 옆에서 그녀를 오늘의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준 하늘에서 내린 선물의 미소가
평범한 우리에게 진정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게 되는 희망의 길을 열어보여 주는 것 같았다.
그 아름다운 영혼이 이 땅에 존재하는 자체가 .. 하나님께 드리는 영광의 표현이라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