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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소중한 흔적

 

 

이 사진은 내가 가장 아끼는 사진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아무리 그리워도 볼 수 없는 얼굴 ..

내 아련한 행복한 기억이 새겨지던 바로 그때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키우던 닭이 아침마다 마루밑에 알을 낳았는데

마루밑에 기어 들어가 그 알을 꺼내 오는 것은 몸이 재빠른 내 몫이었다.

따뜻한 그 알을 손에 쥐고 기어 나올 때의 기분은 손에 보물을 쥔 것처럼 기뻤다.

 

어제까지 없던 것이 존재하는 그 신기함 .. 그 신기함은 신비한 기쁨같은 것이었다.

 

몸 가볍게 나오는 그 모양이 족제비 같다고 늘 재미있어라 하셨고..

그 날계란이 참기름을 만나 아버지께 건네질 때 ..내 기분이란 .. 말할 수 없이 뿌듯한 것이었다.

마치 내가 알을 낳은 것처럼..

 

그때 살던 후암동집이 부산에서 막 올라와 ..

서울에서 우리 가족이 첫 둥지를 틀었을 때였다.

 

바로 앞집이 쌍둥이였던 지연. 지은이 언니집이었다.

늘 기억 속에 애잔하게 남아있던 흐릿한 두 얼굴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혹여 만난다 하더라도 ..

사춘기도 채 시작되기 전이지만서도 ..

앞날에 막연한 환상의 꿈을 꾸며 두 손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던

그 꿈많던 시절의 어린 소녀들의 재잘거림을 기억하고 있을려는지 ..궁굼하다. 

 

이 사진은 결혼할 때 내가 챙겨 왔던 것이었는데 ..

오빠에게도 소중할 것 같아 내가 챙겨 주었고

내가 필요할 때 오빠에게 요청하니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되게 화가 났지만 표현한다 한들 사진이 다시 나타날 것도 아니어서

쓴 물을 삼킨듯 입을 닫고 지내왔다가 ..

 

오늘 친정에서 그 사진을 발견하였다.

아마도 내가 준 그 사진을 오빠가 어머니댁에 두고 그대로 그 일을 까마득히 잊었나 보았다.  

 

오늘 그 사진을 되찾아왔다.

다시는 아무도 주지 말고 내가 간직해야지라고 다짐을 했다.

그 사진을 되찾아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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