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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덜덜덜..

버스 정류장에서 ..

그렇게 떨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그런가?

난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내 몸이 편한 것을 도리어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그 불안을 나의 몸의 고통으로 불안의 정도를 분산시키려는 감정적 보호본능일까?  

 

오늘은 놀토 (학교 가지 않는 토요일)라서 딸애는

평소 학원시간보다 일찍 학원으로 갔다.

자습실에서 공부하다가 수업을 받고 오겠다고 했었다.

 

밤 10시에 애들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학원 수업은 다 마쳐 아이들은 하나도 없고..

평소에는 지니칠 정도로 전화해서 "데리러 와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했었는데..

데리러 갈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기다리지도 않고.. 

핸드폰도 꺼져있고.. 연락도 없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버스 타고와도 이십 분이면 올 수 있을 것인데,

시계는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고.. 

 

내 버릇대로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

걸어서 버스 정류장 가로등에 기대어 서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고는 50%정도의 확률로 불안하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종점으로 들어오는 버스 내부를 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은 심도를 더해가고..

꿈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덜덜 떨고 서 있었다.

 

내 마음을 더 괴롭게 만드는 것이 학원가기 전에 야단을 쳐서 보낸 사실이었다.

공부하는 면에서는 입 댈 것이 별로 없는 아이인데..

성적을 자꾸 하향 평준화 쪽으로 인식하며 그 안에서 안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고

친구 사귀기에 목적을 두고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아서 말을 시작했다가

말하는 에너지에 가속도가 붙어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말들까지 아이는 들어야 했었던 것이

내 마음에 새롭게 걸리기 시작했다.

 

평소에 부모한테서 억울한 경험을 좀 해야 한다라고 늘 주장하던 나였지만..

예민한 시절의 사춘기 아이의 프라이버시 영역을 건드렸나? 싶기고 하여서 더 불안했다. 

사고확률 70%즈음으로 오금이 저려오는 상황일때..

저 편에서 눈에 익은 아이가 내 시야에 나타났다.

 

반성을 많이 한 터여서..

아이를 대면하고 무어라 이야기를 할까?

안심되는 마음에 나무라게 되지게는 않을까?를 고민하는 사이에..

아이는 건널목을 건너 아무 일이 없었다는듯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개념이 잘 안 잡히던 수학1의 로그가 이젠 해결되었다며 좋아라 하면서..

 

야단을 맞은 것은 제 공부하는데 약간의 자극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선천적을 밝은 성격의 아이는 나에게 큰 축복이다 여기면서

아이의 무거운 가방을 들고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늦어진 이유는 새로 난 길로 가는 버스를 탔다가 걸어서 내려오는 길에

친하게 지내던 옛 증인 자매들을 만나 붙잡혀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딸애는 침례 받기 전이어서 대화가 허락이 되기 때문인지 증인 형제자매들이

아이에게 너 만은 꼭 회관으로 나오라며 나름 사랑의 마음을 애타게 전하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 딸애가 여호와의 증인협회가 UN - NGO에 가입한 일을 들먹였고

자매들은 그것은 배교자들의 조작된 루머라며 단언을 하며

더 이상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했다.

자매들의 갇혀진 생각은 너무도 높은 벽 같아서 대화가 되지 않아 슬펐다고 했다. 

자신들은 조직 안에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은 하였지만..

자신의 눈에는 그 자매들의 얼굴과 표정은 자유로와 보이지 않고

얼굴 근육이 긴장된 것 같았다고 도리어 안스러워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여증조직은 참으로 많은 우리 형제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심과.. 고마움.. 감사함으로 어우러진 마음으로 어두운 골목길을

참으로 오랫만에 걸어보았다.

 

덜덜덜 떨어서인지 몸에 한기가 드는 것이 감기에 걸린 듯도 싶다.

난 마음이 괴로우면 왜 몸에 필요한 것까지 거부하며 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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