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 미키는 팔 년 된 숫놈 요키다.
제 생활에서 필요한 말들은 거의 이해하는 것은 물론 ..
집 식구들이 움직이는 시간대를 꿰고 있다.
보통 밤 열시에 나와 함께 퇴근하는 것이 기본인데..
요즈음엔 저도 피곤한지 남편이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대인 저녁 여섯 시 쯤에는 ..
적극적으로 아빠를 따라나선다.
평소에는 내려가지 않는 약국 문턱까지 내려가서 차 문이 열리는 순간
저가 먼저 펄쩍 뛰어올라 조수석으로 옮겨 앉아버린다.
그리곤 집에서의 편한 시간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 녀석도 노화가 이미 시작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미키의 노년이라 ..
요즘 .. 낮 시간이 무료한 우리 미키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스스로 개발해 내었다.
바로 약국 문 앞에서의 낚시질이다.
열려진 약국 문 앞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개들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
사나워보이는 몸집 있는 개들은 그냥 놔두고 ..
어리버리한 숫놈이 지나갈 것 같으면 일단 사납게 짖기 시작하여 그쪽의 반응을 살핀다.
제 등털을 세우게까지 그쪽에서 반응을 보이면..
의례히 뒤로 돌아보아 제 엄마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저 하는 짓이 귀여워 웃고 있는 내 눈과 마주쳐지기만 하면 그것을 허락의 싸인으로 받아들이는듯
바로 달려나가 싸움질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녀석의 순하고 선비같은 태도로 '기르는 개는 제 밥 먹이는 안주인 닮는다고 ..'
내가 순하고 선비같다는 칭찬을 거저 받아왔으나..
이젠 나는 무슨 소리를 듣게 될련지 모르겠다.
오늘은 쌀집에서 키우는 녀석을 덮쳤다.
얼굴은 순하게 생겼지만 소문난 바람둥이에다가 소문난 싸움쟁이 ..
결코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는데..
제 엄마 배달 가는 것 따라가다가 미키에게 낚시질을 당한 그 녀석은
저가 낚시질 당한 사실도 모른채 약국 앞에서 미키와 크게 한판 붙었다.
내가 뛰어 나가자 미키는 용기 백배하여 도망가는 그 녀석을 따라가 사납게 다시 물었다.
내 안에도 나쁜 심보가 있는지 미키가 물리는 것보다 차라리 물고 있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낚시질이 원만하지 않았다.
발 한 군데에 물려 살점이 조금 떨어져나가 있었다. 피도 났고..
낚시질 할 체력은 안 되는데.. 무리하다가 망신을 크게 한 번 당하기 전에..
그 낚시질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늙어도 스스로 용감하다는 자부심은 늘 가지고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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