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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내 인생이란 정원에서

나의 정원은 바람부는 언덕에 위치해 ..

하늘이 가깝고 

언덕 아래 마을이 늘 그림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정원에는 그다지 유명한 꽃과 나무는 없고..

꽃잎이 떨어지고 잎이 시들어도 그리 보기 싫지 않은 야생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꽃들과 풀들과 나무들은 작고 보잘 것 없었고 

사람의 특별한 손길이 필요없는 자연에 의해 키워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들은 내 손을 특별히 요구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들에게서 집안에서 키우는 화초같은 고급스런 자태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자랑이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당한 내 식구들로 내 옆에 머물고 있었다. 

 

눈에 드러나게 아름답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향기 또한 각자 다른 진한 야생화의 향기를 내는 것들이었다.

 

난 그들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서도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거뜬히 잘 이겨내고 자라주어

특별한 관리없이 스스로 크는 나무 같아 의젓해 보이기도 해

자주 무심해졌지만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나의 확실한 아군으로..나의 식구들 행세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두고서도 마음놓고 한 번씩 먼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었고

돌아오면 헤아져 있던 가족들과 재회하듯 반가움에 말없이 얼싸안곤 하였다.  

 

요즘 나는..

나의 정원에 다년생의 꽃들과 나무들과 관리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생명력 강한 민들레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지금까지는.. 

더위와 추위에도 꿋꿋이 내색 않고

내 정원에 자기 뿌리를 내리며 나의 절대 아군의 깃발을 들고 있는 눈에 들어오는 몇몇 이들을 보고서,

'나의 정원은 야생에 가까워 자연의 순리에만 맡겨 두어도 된다'라는 나태한 생각에

나의 정원 관리에 소홀했었다.

 

그러나 나의 정원엔 늘 푸른 사철나무와 늘 강인한 민들레와 천덕꾸러기 강아지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린 꽃잎을 내고 고운 향기를 내는 갸날픈 생명들이 내 무관심 아래

돌 틈이나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고생스럽게 자라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의 정원이 나를 만들었고 또 내가 그 정원에서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내 정원에 있는 이 모든 생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의 환경이 되어 주어..

나로 세상을 이해하게 해 주었고..

 

나는..

그들 모두가 내는 자연의 소리와 현상과 향기를 맡으며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노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내 인생의 첫 발자국을 뗄 때에 내 손을 잡아 주었고

그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을 수 있게 되었고

그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리게 되지 않았던가?

 

그들에 의해서 인생에는 기쁨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 의해서 하늘을 나는듯한 환희의 기분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감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되지 않았던가?

  

내가 이제는 키가 커버렸기에 

내 몸을 낮추어 작고 여린 야생화들을 보살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어릴 적엔 그들이

그들의 고운 모습으로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내게 가르쳐 주었고,

그들이 가진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 진정 고운 향기가 어떤 것인지를

그들의 몸을 바람 앞에 내밀어 

내게 그 향기의 그윽함을을 알게 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내 친구였으며 스승이었으며 어머니같은 존재들이 아니었던가?

 

 

바람부는 언덕에 위치한 내 정원은 

하늘이 가까워 하늘을 더 그리워하게 해 주었다.

   

내 정원에서 나는 향기가 내 몸에 자연스러운 향으로 배여 들었고

내 정원에서의 사시사철 다른 모습이 내 눈동자에서 빛을 내게 하였고

내 정원에서 나는 풀벌레 소리가 시절을 알리는 내 목소리가 되게 하였으니... 

 

사실 나는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고

이 땅에서 나에게 속한 본디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진리가 

내 고백이 되었다.

 

내 고백이 내 정원에 있는 작은 연못속으로 붉은 해와 함께 녹아들더니 ..

밤이 내리자 ..

그 작은 연못은 자신의 투명한 물 위에 노란 반달을 띄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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