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나의 작은 소망

요즘 시력이 또 떨어짐을 느끼고 있다.

라식 수술까지 했는데..

그 지겨운 안경을 또 써야한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가진 절실하면서도 진정어린 인간적 소망은..

내 눈이 가기 전에 내 명이 다하여 내 주님 계신 곳에 가는 것이었다.

 

"쓰러진지 삼 일 만에 죽어야지.."를 늘 주문처럼 외우시던 내 아버지는

진짜 쓰러진지 삼 일 만에 돌아가시지 않았던가?

 

아버지의 바램과 실현.. 우연일지 모르는 그 사실도 지푸라기 같이 의지할 것이 되는지..

내 입엔 늘 "내 눈이 가기 전에.."를 달고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지극한 정성을 다해 사셨다던

사진으로만 본 내 친할머니가 시력이 나빴다고 들었는데..

우리 집안에서 나만 유일하게 내가 그 분을 닮아 그런가?

 

결정해야 할 큰 일을 앞에 두고서 한 번씩 철학관을 찾으셨던 내 어머니는..

오행을 다 갖추었으나 그 글자 모두가 불을 품고 있어

전체적으로 큰 불 하나가 되기에 그 불의 기운으로 분명히 눈이 나쁠 것이는 소리를 들었다시던데..

확률인지 .. 

사물의 그림자에서 사물로 거꾸로 찾아 들어가는 원리의 흐름을 파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

아뭍튼 내 시력이 안 좋은 것은 분명하게 알아 맞추었으니..

나도 알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란 것이 있어

그 흐름을 타고난 것일까? 

 

지식의 권위에 지나친 믿음을 두셨던 내 어머니..

일 년에 두 번씩 꼭 안과에 데려가셨고

시력이 떨어졌으니 돗수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마다 돗수를 계속 높여 온 결과이었을까?

 

내 눈은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왔었다.

찬찬한 편이 아니었던 나는..

안경을 쓰시 않고 견뎌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 

 

그날은.. 안경을 안경점에 수리를 맡겨 두고 집에 있었다.

오빠 방 책상 아래 조그만 물체를 보고 기절할듯 놀라 소리를 쳤고..

놀라서 달려오신 내 어머니..

그것이 오빠가 벗어 뭉쳐놓은 양말이라는 것을 아시게 된 내 어머니는

내 시력의 심각성을 느끼시고는 그날로 소프트렌즈를 착용하게 해 주셨다. 

그날이 이십 년의 소프트 렌즈의 착용의 첫 날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내 눈에서 렌즈를 뱉어 내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몸에서 그 이물질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나왔다.

말없이 버티다 버티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퍼져버려 주위를 놀래키는 나의 내면의 모습처럼..

내 눈도 그랬다.   

 

안과에서 소프트렌즈를 이십 년 착용했다 했더니..

내 눈이 어지간히 오래 버텨주었다고 놀라워 했다.

그래서 아주 가늘었던 혈관이 발달했다 했다.

눈자위가 유난스레 파래서 눈이 맑고 예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옛말이 되었다. 

 

라식수술을 받은지도 거의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알레르기가 있어 자면서도 자주 눈을 비비던 내가 라식수술하고 단 한 번도

눈을 비비지 않고 자는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내 눈에 몹시 겁을 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당분간 컴퓨터를 통해 카페나 블로그에 매달리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 안에서의 두려운 경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내 눈이 가기 전에.."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하루를 또 시작한다.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상 (思想)이 만들어 낸 또다른 형태의 우상  (0) 2008.03.25
난 아직도 미숙과?  (0) 2008.03.23
내 인생이란 정원에서  (0) 2008.03.17
엄마와 딸  (0) 2008.03.10
포말 (泡沫)  (0) 200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