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력이 또 떨어짐을 느끼고 있다.
라식 수술까지 했는데..
그 지겨운 안경을 또 써야한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가진 절실하면서도 진정어린 인간적 소망은..
내 눈이 가기 전에 내 명이 다하여 내 주님 계신 곳에 가는 것이었다.
"쓰러진지 삼 일 만에 죽어야지.."를 늘 주문처럼 외우시던 내 아버지는
진짜 쓰러진지 삼 일 만에 돌아가시지 않았던가?
아버지의 바램과 실현.. 우연일지 모르는 그 사실도 지푸라기 같이 의지할 것이 되는지..
내 입엔 늘 "내 눈이 가기 전에.."를 달고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지극한 정성을 다해 사셨다던
사진으로만 본 내 친할머니가 시력이 나빴다고 들었는데..
우리 집안에서 나만 유일하게 내가 그 분을 닮아 그런가?
결정해야 할 큰 일을 앞에 두고서 한 번씩 철학관을 찾으셨던 내 어머니는..
오행을 다 갖추었으나 그 글자 모두가 불을 품고 있어
전체적으로 큰 불 하나가 되기에 그 불의 기운으로 분명히 눈이 나쁠 것이는 소리를 들었다시던데..
확률인지 ..
사물의 그림자에서 사물로 거꾸로 찾아 들어가는 원리의 흐름을 파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
아뭍튼 내 시력이 안 좋은 것은 분명하게 알아 맞추었으니..
나도 알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란 것이 있어
그 흐름을 타고난 것일까?
지식의 권위에 지나친 믿음을 두셨던 내 어머니..
일 년에 두 번씩 꼭 안과에 데려가셨고
시력이 떨어졌으니 돗수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마다 돗수를 계속 높여 온 결과이었을까?
내 눈은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왔었다.
찬찬한 편이 아니었던 나는..
안경을 쓰시 않고 견뎌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
그날은.. 안경을 안경점에 수리를 맡겨 두고 집에 있었다.
오빠 방 책상 아래 조그만 물체를 보고 기절할듯 놀라 소리를 쳤고..
놀라서 달려오신 내 어머니..
그것이 오빠가 벗어 뭉쳐놓은 양말이라는 것을 아시게 된 내 어머니는
내 시력의 심각성을 느끼시고는 그날로 소프트렌즈를 착용하게 해 주셨다.
그날이 이십 년의 소프트 렌즈의 착용의 첫 날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내 눈에서 렌즈를 뱉어 내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몸에서 그 이물질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나왔다.
말없이 버티다 버티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퍼져버려 주위를 놀래키는 나의 내면의 모습처럼..
내 눈도 그랬다.
안과에서 소프트렌즈를 이십 년 착용했다 했더니..
내 눈이 어지간히 오래 버텨주었다고 놀라워 했다.
그래서 아주 가늘었던 혈관이 발달했다 했다.
눈자위가 유난스레 파래서 눈이 맑고 예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옛말이 되었다.
라식수술을 받은지도 거의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알레르기가 있어 자면서도 자주 눈을 비비던 내가 라식수술하고 단 한 번도
눈을 비비지 않고 자는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내 눈에 몹시 겁을 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당분간 컴퓨터를 통해 카페나 블로그에 매달리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 안에서의 두려운 경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내 눈이 가기 전에.."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하루를 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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