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친구는 제가 산에 함께 따라갈 수 있는 시간을 맞추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온음료 하나랑 따뜻한 물을 담은 수통을 배낭에 넣고 따라나섰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장산에도 가을이 깊었습니다.
일 주전에 왔을 때보다 나무들의 단풍은 자신들의 색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자연의 원색은 아무리 진해도 촌스럽지 않고 예뻣습니다.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늦가을 산에서 자연의 색을 배워가면 좋을 듯 싶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좁게 난 산길 옆으로 그림같은 정경이 나타났습니다.
칸 지르지 않은 조금 넓은 땅 위에, 낙엽에 뒤 덮힌 두 개의 봉분이 있었습니다.
무덤가가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어서 더 좋게 느껴졌을련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부부란 인연은 참으로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존재, 하와..
내 살중의 살이요 뼈중의 뼈라 외쳤던 아담에게 주어진 선물.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주신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선물은 하와였음을 생각할 때,
부부가 나란히 잠들어 고운 낙엽의 이불을 덮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사실도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섭리 안이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연 안에 하나인 자신을 보게 됩니다.
주변의 이웃들도, 더이상 나의 좋고 싫음의 감정의 벽에 나눠진 존재들이 아니라
색과 모양과 향이 나와는 다른 한 개체로 여겨지고 또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이젠,
이 땅에서 허락된 제 생명의 수명이 다하는 시간을 만나더라도,
이 땅에서 누린 시간들에 감사하며 제 육신의 옷을 하나님께 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주신 육신의 옷을 입고, 그분께서 만드신 자연 속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많은 것을 보았고 누렸기에 감사한 마음의 선물을 함께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