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세월이 벌써 그렇게 지나버렸다니..
오줌 누이고 바지 올려주던 때가 바로 엇그제 같은데..
내 기억 속 내 동생의 모습으로 내 손을 잡는 아이.
그 손은 동생의 아들의 손..
내 기억의 내 동생의 모습과 겹쳐지는 내 조카의 얼굴.
몸이 어설퍼 유난히도 잘 넘어지던 애..
데리고 나갔다 그 아이 넘어져 무릎에 피가나면
데리고 나간 내가 늘 야단을 맞아
날 무척이나 억울하게 만들던 애..
산수는 어찌도 그리 못하는지..
그 아이 한 번 가르치려면 집안이 시끄럽던 시절..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추운 겨울날
늘 따뜻한 밥과 찌게 앞에서 조금도 부러울 것이 없었던 시절..
아버지 구두 두 짝을 서로 닦으려 달려가면
늘 기회를 잃던 어눌하기 짝이 없던 몸짓의 아이..
어쩌나
세월은 흘러 그 동생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서 있으니..
그 어설픈 몸짓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버티고 서 있다.
식구들은 그 가장에 의지하여 기대고 섰으나.
누나인 나에게 그 무게가 전달되어 눈빛으로 어깨를 쓰다듬는다.
난 그 마음을 드러낼 수 없어, 그 마음 숨기며 조카를 보며 웃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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