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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고요

고요한 시간

낯선 손님처럼 다가와선

저의 시간을 정지시키셨습니다.

 

품을 수도 내칠 수도 없는 시간,

전 그 시간에 매인 포로였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시간

저 안의 모든 감정의 부스러기들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듯

그 낯선 손님도 저도 침묵하였더랬습니다.

 

입을 뗀다는 것은 천 년의 고요를 깨는 것처럼

무거운 일이였으며,

광활한 우주 속으로 돌맹이를 던지는 행위처럼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시간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가 너무도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 속엔 또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좋고 싫음도 떠나, 원하고 원하지 않고도 떠나, 옳고 그름도 떠나

그 모든 것들이 동일한 무게를 가진 색깔 구슬이 되어

그 다양한 구슬들이 마음 바닥으로 가라앉고

그 위로 맑은 물이 고일 때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 같았습니다. 

 

어지간 하면 피하고 싶은 시간

어지간 하면 도망가고 싶은 시간

하지만 저는 그 시간에 꼼짝할 수 없는 침묵이란 시간의 포로였습니다.

 

받아 들여야 했습니다.

심장에 얼음을 대고 있는 것처럼, 심장에 불을 끌어 안고 있는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 두려운 고요의 시간을 품고 웅크리며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고문과도 같았던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곳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아 올랐습니다.

   

좋고 싫음도, 사랑도 미움도, 옳고 그름도  

해야 할 일도, 해서는 안되는 일도

저의 힘들어간 주장들도 모두 구속이란 새장이었음을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면서 새로 보게 되는 사실이었습니다. 

 

캄캄한 우주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외롭다는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는, 무거운 시간에 사로잡힌 아이에게 

고요라는 매 번 낯설기만 하는 그 손님은

늘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선물하고 떠났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아이같은 순수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을 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늘 처음처럼 낯설기만 하고,

늘 저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던 그 고요라는 손님이 남기고 가신 선물 탓일 것입니다. 

 

제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결코 익숙되지 않는 존재가 있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듯 무거웁고 두려운 고요라는 손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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