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
햇빛을 받아 찬란한 출렁이는 분수대 옆
물 위로 은가루 뿌리듯 품어나오는 시원한 분수 옆을 스치는 것은,
요정들의 잔치처럼 가볍게 소란스러웁고,
요정들의 잠자리 날개에 머문 빛들이 화사하게 현란하게 춤을 추는 것같아
그 하나 하나에 머물던 내 촛점들이 산만히 움직여
그 들뜬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요일까지 늘 바쁘셨던 아버지와 가끔씩 함께한 가족 나들이라야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남산이었고,
지금도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식물원과 그 주변에 분수대를 돌아 남산 한 바퀴를 돌다 오는 것이었다.
오빠랑 장난치다 품어져 나오는 물벼락을 맞는 것은 약간은 두려운 짜릿한 쾌감 그 자체였다.
햇빛받고 있는 물보라를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물보라 위로 작은 무지개가 서리기도 하였다.
무지개라 할 수도 없는 작은 무지개의 선명한 빛은,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그날의 들뜬 기분을 더 들뜨게 해
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였다.
그럴 때의 나를 보고 가족들은 '바람 앞에서의 바람개비'라 했었다.
그것이 내 별명이 되었다.
오늘 아침 큰애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때 늦은 길가 분수대에서 작은 포말 날리며 품어나오는 햇빛 받고 있는 분수를 보니
저 기억 깊이 숨어있던 작은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나보다 더 젊은 어머니와 내 동생보다도 더 젊은 아버지가 서 계셨다.
나비처럼 날아다니듯 뛰어다니는 아이 셋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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