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들고 오빠 손에 들린 장대 끝에
내 눈은 꽂혀 있었다.
내 손에 그다지 많은 대추가 쥐어져 있지 않아서인지
대추 하나 하나가 아주 귀한 보물처럼 여겨졌었다.
그 파랗고 붉은 빛 도는 풋대추를
한 입 베어 물면 사과처럼 신맛이 비치지 않으면서도
풋사과처럼 상큼하고 달큰 고소한 맛이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른들이 다 �고 지나간 대추나무에
동네 아이들이 나머지 달려 있는 대추를 따려 했던 것 같다.
오빠 또래의 동네 아이들의 손을 거쳐
장대가 우리 오빠의 손에 가게 되어 오빠가 장대를 휘저을 차례가 오면
내 온 몸엔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눈은 거의 장대 끝에 꽂혀 있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희미한 흑백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감있게 아득해져 온다.
내 마음 속에 살아있는 앨범 사진과도 같은 장면이
늘 살아있어 늘 그자리에 있다.
상고머리 계집아이가 아득히 먼 곳에 서 있는 것 같다.
웃으면 코가 벌렁하고, 입을 야물게 다물어 볼이 불룩해지던 우리 오빠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1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0) | 2007.09.14 |
---|---|
때 늦은 분수를 보며.. (0) | 2007.09.11 |
거의 움직임 없는 바다, 미동도 하지 않는 배, 뜨거운 햇살 (0) | 2007.08.26 |
내 사랑, 내 스토커 (0) | 2007.08.02 |
내 아버지의 유산 (0) | 200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