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하고 온 몸이 먼지바람 쐬인 것처럼 끈끈한 것이
마치 사생대회 마치고 돌아올 적 같다.
...
친구들 모두 학교에 그대로 두고
사생대회 나갈 채비 차려 교문을 나설라 치면
학교 위해 싸우러 나오는 장군처럼 어깨가 무거웠다.
그때 조용한 운동장을 통과하여 학교 교문을 나서면
늘 다니는 학교 앞 거리이지만 낯선 이방인의 도시에 나온 것처럼 낯설었다.
사생대회가 열리는 곳에 가면 안정이 되었는데
주최측 본부에서 받은 도장찍힌 도화지를 받으면 또 다시 가슴이 두근 두근 긴장이 되었다.
뭉치지 않고 고루 퍼지는 콩알처럼 흩어져서 각자 정성껏 그린 그림을 제출하고 나올 때면
그 곳에 내 자신의 일부를 두고 가는 것처럼 허전하기 짝이없었다.
그림도구 챙겨 그 장소를 빠져나올라치면 꼭 뭔가를 두고온 느낌으로 자꾸 있었던 자리를 돌아보곤 했다.
대회가 파하고 돌아가는 아이들은 꼭 너나 나나 할 것없이 패잔병같았다.
흙먼지 바람 맞아 헝클어진 머리,
땀과 먼지들로 얼룩진 얼굴,
깨끗하던 교복과 구두까지 누런 흙먼지를 뒤덮어 쓰고 있었다.
대회에 참석하러 가던 아침의 상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들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피곤하던지...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은 중학교 시절로 마감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 감각 별로 없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산에 있는 어린이 회관 13층에 있던 미술부에 6개월 다닌 것으로
중학교 때까지 학교 대표로 나갈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사실 미술 과외 약발은 아주 오래 간 것이다.
어쩌다가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면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고 온 나의 영혼이 하늘에서 선녀 옷을 받아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 느낌!
그래서 그 상이 너무 소중하였다.
대회 때 두고 왔던 내가 다시 날 찾아 온 느낌.
큰 상이던 작은 상이든 항상 같은 느낌으로 상장을 품에 안았다.
오늘은 몸이 피곤한 것이
꼭 사생대회 마치고 돌아올 때처럼 고단하다.
빨리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