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기억하며 살아 온 날 중에서 나에게 가장 싫고 무서운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하나님과의 단절감이었다.
내가 '행위로 말미암는 의'란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스스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하나님 아버지와의 단절감이 두려워서였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계약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지만,
'새계약'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고,
'믿음을 통한 의'의 진정한 의미가 가슴으로 이해되지 않았을 적,
그 당시 상황에서 내가 알고 있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그분에 대한 나의 충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그 길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 하나님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는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표현에서만 유지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서럽기짝이 없는 사랑이지만 그때는 서러운 사랑인 줄도 몰랐다.
나의 살아있는 적극적인 표현이 없으면
하나님과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 사실이 난 너무도 무서웠다.
난 그때까지 하나님의 나를 향한 사랑을 죽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나 보다.
숨을 쉬지 않는 사랑이었고 숨을 쉬지 않는 송장같은 사랑을 끌어 안고서도
그 사랑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내가 손을 뻣어 하나님 손을 잡지 않으면 우린 영원히 남남인 것이었다.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를 향한 옛날 사랑에 멈추었고 이제는 나만 사랑할 것만 남은 줄로 여기고 있었다.
나에게 하나님의 의미는 내 호흡의 의미였다.
내가 너무 조숙한 탓이었는지
이 세상에서 주는 그 어떤 것도 바람같이 허무한 것이라는 것을
아주 어려서부터 이상하게 터득하고 있었다.
험한 인생을 살아 본 것도 아닌데 저절로 알게 되었다.
나의 생명의 의미는 늘 하나님께 있었고,
그 하나님과의 단절감은 우주의 고아처럼 불안하고 무섭고 외로웁게 만들었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그 단절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선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방향으로 나의 행동을 맞추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 많은 아이, 자신이 아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게 아이겠는가?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 자신이 넘어진 것을 용서하지 못했고,
그러면 미안해서 애써 하나님을 외면하고..
외면한 그 상태가 어색하고 불편해,
도리어 하나님 계시는 정반대 방향으로 온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었다.
나에겐 아주 못된 성품이 있는데,
그릇이 금이 조금 간 상태로 금이 점점 가서 결국 깨어지는 상황을 보고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금이 갔으면 아예 �어버려 그 상황을 종료시켜버리려는 불같은 기질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도망가는 동안은 달리는 그 힘으로 인해 괴로움을 잊는듯해도
도망칠만큼 충분히 다 갔다 싶은 생각이 들어 숨을 고르고 나면,
난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혼이 빠진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 상황은, 나에겐 죽음의 해수면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하나님 아버지의 품안의 빛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기쁨과 평안이 아니라 죄책감과 자중심 상실감과 허무감와 공허감이 나의 온 피부를 감았다.
검은색 잉크같은 바다속에서 검은 물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그 어떠한 몸은 나에게 없었다.
어떠한 희망이 보이지 않아 말초적인 소리에 반응하고 말초적인 행동에 행동하는 나는
하나님에게서는 버림받은 자였고, 세상에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
우주의 고아 그 자체였다.
그 죽음과 같은 하나님과의 단절 속에서 내 영혼이 서서히 죽어가다가,
살고싶은 본능처럼 '하나님이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 오를 때,
그때서야 난 하나님께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때 나오는 기도는 검디 검은 잉크물 같은 바다속에서
하나님을 향하여 온 몸이 물에 빠져 손만 내밀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한 때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내가 죽음의 바다에서 손을 내 밀었을 적 하나님께선 단 한번도 외면한 적이 없으셨다.
그리고 나선 얼마 안 있어, 내가 언제 그런 고통 중에 있었나 싶도록
하나님 사랑안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그러면서 난 하나님과의 단절을 그 무엇보다도 무서워하게 되었다.
하나님과의 단절은 나에게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난 정말 죽기살기로 하나님의 손을 좋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실기 위한 발버둥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하나님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한 면에서 하나님의 온전한 뜻과 그 뜻에 담긴 진정한 사랑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예수님을 통해 새계약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언약의 구속 속에서
차가워진 송장같은 옛사랑을 품고 그 사랑에 살아있는 자신의 감정을 연결시키려는 가슴시린 열심들에게,
돌을 던지기는 커녕 그들의 진땀이 나의 눈에 무거운 눈물이 되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