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묘소를 들여다 보고 돌아오는 길.
여러 사연으로 땅에 묻힌 이들의 묘비를 스치면서
문득 내 발길이 머문 곳.
까만 대리석에 새겨진 문구.
내가 본 당신의 모습
주님을 진실하게 믿으시고
이웃을 진실하게 사랑하며
가정을 진실하게 섬기시고
자신을 진실하게 살으신 이
유훈 진실하게 살으시라
나도 당신처럼 살렵니다.
*** 안식하다.
얼굴을 알 수는 없어도 이 곳에 누워 계신 이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
경건히 머리를 숙이고 싶어졌다.
어떤 삶을 사셨기에 이렇듯 귀한 글귀를 선물 받으셨을까.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으로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어찌 교파로 사람을 판단하리?
주변에 화사한 꽃이 되어 주었던 이가
어찌 내 주의 눈에 가리워지겠는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은근한 꽃 향기를 내던 이가
어찌 내 주의 코에 향기가 되지 않겠는가?
어찌 그 이름이 내 주의 기억에 빗겨나겠는가?
그 묘비 앞에서 나도 중얼거렸다.
나도 당신처럼 살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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