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외가에 딸 셋이 한 번씩 모였다.
우리 어머니가 제일 맏이이고 이모 둘이 모인 것이다.
내 어머니 동기간은 성격부터 외모부터 사는 방법도 다 각각이었다.
자매간도 저렇게 다르나 싶을 정도로 사는 모양새가 달랐다.
내 어머니 동생 나의 큰이모는 상당한 미모를 가졌다.
대학 때 메이 퀸으로 뽑힐 정도였으니...
그 이모의 딸 나의 사촌동생 또한 이모를 닮아 뛰어나게 예쁘고 귀엽게 생겼었다.
친정에 모인 딸 셋은 한 번씩 시내에 쇼핑을 함께 나갔다가
자신들의 옷과 제 아이들의 옷을 사가지고 오곤 했다.
우리 사촌에게는 이목구비가 확실하여 자매들의 똑같은 판단으로 심플한 원피스를..
나에게는 전형적인 여자아이 같이 생겼다고 판단하여 아기자기한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내가 키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싸이즈는 같은 것이었다.
문제는 항상 나에게서 비롯되었다.
내 사촌은 어떤 옷을 입혀도 어울리는데,
나는 이상하게 여자아이다운 옷이 항상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에 오면 그 옷의 주인들이 바꿔지게 되었다.
엄마와 이모들은 입을 모아 지영이 쟤는 여자애다운 옷이 어울리게 생겼는데
이상하게 안 어울리거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는 나에게 레이스 달린 여자애다운 옷은 아예 사오시지 않았다.
크면서 난 생각했다.
옷이란 외모보다 자기 내면의 색깔과 더 호흡이 맞을 것이라고.
나의 내면은 레이스 달린 공주과 옷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학교 다닐 때 바느질이나 손뜨게같은 가정시간 과제물을
내 어머니께서는 내 손에 맡기지 않으셨다.
영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가 없으니 끝까지 못해내어
어머니 손이든지 수예점 아줌마의 손에 의해 마감이 되어야 했었다.
하지만 책꽂이 만들기등 못질하는 것은 어찌나 개운하고 좋던지.
난 친구도 여자애들보다 남자애들이 늘 더 편하고 좋았다.
대화가 담백하니까 말이다.
자신의 내면은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내면의 기운은 밖으로 다 나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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