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들어가기 전 해 겨울이었다.
교회 큰 문은 닫겨있었고 작은 문이 열려 있었다.
아이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자만 해도 교회의 큰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아이들도 왁자지껄 시끄럽게 많았고 인도하는 선생님도 많이 보였었으니까.
내가 너무 일찍 왔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빈 그네에 걸터앉아 아이들이 모여들기를 기다렸었다.
항상 그네엔 아이들의 줄이 서 있어서 그 그네를 탈 욕심이 늘 있었지만,
세 개나 되는 그네가 주인 없이 놓여 있으니 이상하게 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도 않았다.
어쩌면 문 안으로 아이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꽉 차서
그네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혹시나 하여
내가 어제까지 공부하던 교실을 들여다 보았다.
역시, 교실문은 잠겨있었고
자그마한 책상과 걸상들은 아이들이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었다.
...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갔었다.
그리고 계속 그네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쳐서 혼자 돌아올 때면
'내가 너무 늦게 가서 성경학교가 이미 다 마쳤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아침만 먹으면 교회로 뛰어갔었다.
그래도 매번 마찬가지였다.
며칠 동안 계속 그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여자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그 일은 계속되었던 것 같다.
그 여자 선생님은
왜 여기에 혼자 있냐고 물었고, 난 성경학교에 왔다고 했다.
그 여자 선생님은 성경학교가 끝나서 이제는 안 와도 된다고 했다.
난 많이 서운한 마음으로 힘없이 돌아왔다.
그 당시, 내가 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보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추측건데, 아마도 맨날 날 귀찮게 따라다니려는 동생을 피하려고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때 당시 우리 부모님은 오빠에게는 부산에서 유치원을 두 군데씩이나 보내주셨었지만,
딸인 나에게는 유치원을 보내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셨었다.
그랬기에,
교회 어린이 교실의 그 작은 책상 걸상 그리고 그네가 있는 그 곳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옛날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성경 이야기 역시 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너무도 재미있었으니까.
더군다나, 하나님이 이 세상을 만드시고 우리를 많이 사랑하신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였던가?
그 이야기가 행복하게 내 머리에 새겨졌었다.
그래서 그때 들었던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에게 믿음의 씨앗이 되었고
평생 어릴적 성경학교에서 배웠던 그 이야기에서 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
그 차가운 그네줄을 잡고 앉아서 기다리던 그 기다림은
내 평생 내 주를 기다리는 오랜 기다림의 시작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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