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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여유

내 친정 어머니는,

내 친구이지만 내 어머니 뵈러 부산에 내려왔다가 나에게 연락하는 형태의 딸 친구 식구들을

손님으로 맞이 하곤 하셨다.

주책맞은? 친구는 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와서

어머니께 크게 손님 치는 일을 만들어 드리기도 하였고

휴가철 부산에 와서 제 가족의 휴가를 보내고 올라가기도 한다.

내가 늘 바쁘니 내가 제 얼굴 보려고 어머니댁에 잠깐 들르기만 하여 

어머니와 내가 손님을 쳐야 하는 입장이 바뀌기도 하였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늘 적적하셨던 내 어머니는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였고

어머니 집에 오면 내 친구가 제 친정집처럼 손을 움직이니 내 어머니도 그 상황을 즐기기도 하셔서 그다지 힘들어 하시지도 않는 것 같았다.

 

내 어머니, 내가 결혼하기 전에도 당신 딸과 아들이 아니면서 많은 아들 딸을 두셨다.

당신 딸과 아들이 아닌 아이들에게서 '어머니' 소리를 들으시며 밥도 챙겨 먹이고 하셨다.

요즘은 건강이 약해져서 그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지혜나 능력보다는 선한 품성이 드러나시는 분이셔서

"어머니!"하며 안기는 당신의 아들 딸의 친구들을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마다하시지 않으셨다.

 

지방에 집이 있는 아이들은 방학 때 우리집에서 며칠씩 머물곤 하였는데 

대학 다닐 때라 나이라 해 보아야 스므살이 되지 않았으니 철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신 딸의 친구들이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배려를 많이 해 주셨는데

예를 들면 값이 그다지 비싼 옷이 아니라면 나란히 둘 다 사주셨고

집에서도 식구와 남의 구분 없이 해 주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가 내 어머니께 지나치게 신경쓰고 잘 하는 것이었다.

평소대로 사는 나는 상대적으로 어머니께 잘 못한 느낌을 받도록...

표현을 애써 하지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난 항상 느긋했고 친구는 왠지 편치 않은 조바심의 열심으로 스스로를 바쁘게 하였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신앙의 모습에도 아버지의 자녀라는 믿음으로 인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믿음에서,

어떤 구체적인 행동함이 없는 스스로의 믿음에 늘 불안한 조바심의 열심으로

행위 중심의 믿음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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