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나뭇꾼과 선녀

아이들 어렸을 때 

잠을 재우기 위해 내 양쪽에 두고 같이 누우면, 

늘 그랬듯이 아이들은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었다. 

그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으니 이야기는 곧 바닥이 나기마련이어서

결국 내가 그네들 또래 적에 들어 여태 기억나는 이야기까지 토해 놓아야 하였다.

 

그것의 한 예가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였다.

내 아이들 어릴 적에만 해도 나 어릴 적 때하고는 생각하는 수준이 많이 달랐다.

  

작은 애는 선녀가 나쁘다고 주장했고, 큰 애는 나뭇꾼이 나쁘다를 주장했다.

애들다운 말싸움 같았지만 토론은 토론이다 싶어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다 애들은 완전히 잠이 깨어 도저히 잠이 들 상태가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피곤한 나는 애들 재우는 것을 포기하고 불을 켰다.

엄마는 닭처럼 졸고 애들은 대낮처럼 그네들의 놀이를 시작했었다.

 

그때,

큰애는 나뭇꾼이 선녀의 옷을 훔쳐 하늘로 못 올라가게 했으니 

어른들의 표현으로 원인 제공을 했으니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자기 주장을 했고,

작은 애는 그래도 아빠하고 아기들은 남겨두고 몰래 하늘로 가버린 선녀가 나쁘다는 뜻의 주장을

하는 듯 했다.

 

둘 다 그럴듯한 주장이어서 누가 맞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답은 없어. 그냥 자기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생각하면 돼,

결국엔 나뭇꾼이 애들 데리고 뚜레박 타고 하늘로 올라와서 살았으니 문제가 없잖아?"로

아이들의 그 토론을 마감해 주었었다.

 

아이들이 즐겨 읽던 책을 정리하다가 아이들의 어릴 적 때가 생각났었다.

그 때가 어제 같은데 눈 앞의 아이들은 너무 커버렸다. 

그 아름다운 시간은 이미 내 가슴에 아름다운 그림과 노래로 저장된 지 오래 되었다.

 

오늘은 갑자기 아이들의 대화가 생각났다.

나도 오늘,

아이들이 엄마에게 물어 보았던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때 늦게라도 제 옷 찾아 갈아 입고 하늘로 올라간 선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너무도 멀었나 봅니다  (0) 2006.12.19
사람을 가슴에 안기 전에...  (0) 2006.12.15
여유  (0) 2006.12.14
아버지의 다정한 눈빛  (0) 2006.12.12
오늘의 일기  (0) 2006.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