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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4

단물과 짠물을 내는 샘.

우리는 우리의 혀로 우리 주님과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찬송과 저주가 한 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샘에서 단물과 쓴물이 같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까?

형제 여러분,

무화과나무가 올리브 열매를 맺거나

포도나무에 무화과가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짠물이 나는 샘에서 단물을 맛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야고보서 3장 9절로 12절

                                 

 

며칠 전, 예전 우리 회중 주임 감독자 형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탈퇴하고 나서 일 년 만에 들어보는 귀에 익었지만 사무적이고 상기된 목소리였다.

조직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왔다.

그럴 뜻은 전혀 없노라고 답을 하면서 순식간에 너무 여러 감정들이 몰려왔다. 

 

그럴 뜻은 전혀 없노라 내 의사를 분명히 하고서, 건강하시냐는 마음의 인사로 이야기를 돌렸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의 인사인데 그 인사가 높고 단단한 벽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마음의 귀로 들을 수 있었다.

 

무한한 하늘 위로 날아 오르는 자유를 이미 알아버린 나비가

어떻게 날개를 끈끈하고 축축한 액체를 발라 펼쳐진 날개를 구기듯 접어 넣어 다시

그 빛 없어 컴컴하고 좁은 번데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무엇이 한 하나님을 섬기면서 이토록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있는 것일까?  

 

 

어렴풋이 번데기 속의 안온함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번데기 속의 속박이 도리어 나의 채워지지 않는 허허로움을 눌러버리는 안위감을 느끼던 그 때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으로,

회중 연단에 눈과 귀를 집중하여 그 분의 뜻이라도 알게되는 기쁨으로 

그리움을 대신하던 힘들어가 마주한 두 손에 담긴 애착의 순간들을... 

 

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동료들로 "우리 이렇게 사는 것. 맞지?"를 재확인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주변의 동료들 안에서 찾으려 애쓰던 시간들을,    

그 동료들과 똘똘 뭉치며 그것이 형제사랑이라 믿어의심치 않던 시간들을...

 

하나님의 사랑이 희미해져 갈 때 서적연구나 봉사 시간을 늘리는 옷을 걸침으로

그 사랑이 희미해져가는 허전함을 감춰버리던 때를...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조직이라도 사람들이 이끌어 가고 있으니 실수와 잘못과 오류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시정하여 나아가는 이 조직이야말고

겸손한 하나님의 참조직이라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세상 어떤 조직보다도 깨끗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성서를 가르치고 성서의 모본대로 생활을 하며

성서적으로 교육시키기에 이 조직에 남는 것이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현명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단물이 나는 자연의 샘에서 짠물을 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단물을 내는 샘에서 짠물이 나왔다 함은 그 샘은 더이상 샘이 아니고 웅덩이일 뿐이여서

웅덩이에 자신들도 단물인지 짠물인지 모르고 물을 길어다 계속 부어왔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샘이 아니던 것을 거짓말을 해왔으리라 싶다.

 

아예 단물을 내는 샘, 아니 하나님이 만드신 샘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길어다 놓은 물인데 깨끗한 물이라는 정도로만 이야기했어도

때때로 물이 오염이 되었으면 걸러먹으며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더이상 아무 욕심내지 않았을 터인데...

 

통치체라는 샘에서 이제껏 내던 단물과 짠물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 공수된 물이었다는 너무도 확신한 증거들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그 조직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나와서는 그 증거들이 더 확실함을 알아벼렸기에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람의 것은 사람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뿐이다.

사람의 조직이면서 제 아무리 깨끗하게 단장하고 향을 피워도

난 사람의 것을 하나님의 것이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겁없는 거짓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거짓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조직을 나오고, 하나님과 나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회복하여가면서

정말 모래 속에 덮여 있는 진짜 알맹이인 나의 실체인 상자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고,

상자를 꺼내  후~  불어

그 상지 위에 적혀 있는 그 이름, 상자위에 새겨진 문양, 나의 그 실체를 만날 수 있었다.     

 

언젠가 주사 쇼크로 혈압이 30에 60으로 떨어져 내 몸을 주체할 수 없었을 적의 상태처럼

좋고 싫음도 환희도 두려움도 겉옷으로 느껴지던 그 때의 상태처럼

내 몸 어는 부분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아니 움직일 마음 조차 없을 때처럼

그냥 삼인칭 시점에서 바라보고 소리만 인지하던 상태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나 자신의 상태를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 순간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밖에 없었다.

내가  내 손을 내밀 곳은 내 하나님 밖에 없었고 내민 내 손을 잡아 주실 분은 하나님 밖엔 없었다.

내 손을 내밀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 그분이 살아계시다는 사실만으로 더 이상의 욕심이 없었다.

 

난 이제 알아버렸다.

우리가 찾고 나아가야할 길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그분이 유일하게 보시는 믿음이란 가치를 가지고

그분의 사랑 안으로, 그분의 약속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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