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오늘도 저는 걷고 있어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배낭을 매고 말이지요.
걸으면서 이제까지 왔던 길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하나님께 받은 것이 아주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어려서는 고양이처럼 늘 아버지의 등에서 잠들었지요.
사람 치대기를 좋아하는 저는 그냥 편한 잠자리보다 불편한 아버지 등에 올라가야 쉽게 잠이 들었지요.
쿵하고 떨어져도 모르고 잘 때까지 우리 아버지는 땅에 붙어 계셔야 했고
어쩌다 잠이라도 깨면 또 올라가 잠을 자려 시도하는 어린 딸을 귀찮아 하지 않고
그 잠투정을 받아주시던 제 아버지
제가 그리게 될 인생의 파란 여백이 먼저 되어주신 제 아버지의 딸이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송도 해수욕장에서 외가 식구들과 물놀이 갔다가 오빠 손을 놓쳐
그 수 많은 사람 가운데 저 혼자가 되었을 때,
울면서 뜨거운 모래 위를 걷고 걷어 우리 식구들이 머물던 곳을 찾아가던 그때
"거봐! 찾아 온다니까..."라며 고생한 나는 아랑곳 없이 도리어 식구들이 뻐기는 귀에 익은 소리로
혼자가 된 두려움을 순식간에 몰아내주는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쟤 얼굴 좀 봐. 쥐가 삐댄 것 같다"며 놀려대던 그 약오르는 소리들로
사람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셔서도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회사에서 숙직하시는 날이라고 집에 오시지 않는 날
읽찍 저녁을 먹이시고 동생을 데리고 나가신 우리 어머니를 기다리다
잠이들었다가 설풋 잠이 깨어보니 사방이 캄캄하니 무서워 울다가 도움이 될까 하여 오빠 붙잡고
무섭다 울적에, 같이 무서워진 우리 오빠 나에게 신경질 부리며 같이 울던 마음 가난해진 날 밤.
제 어머니 손에 들려진 일년치 학용품 꾸러미가 들려진 종이 박스 속에 함께 담긴 정성과 사랑에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에서 기쁨으로 바뀌는 그 과정에서 믿음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시작하기 전 사랑이라는 보물, 믿음이라는 보물, 행복이라는 보물, 슬픔이라는 보물, 아픔이라는 보물, 기쁨이라는 보물들의 조각들을 당신 딸 마음의 바닥에 깔아 주셔서 어른이 되어 살면서 그러한 보물들을 만날 때마다 어릴 적 느꼈던 바닥의 보물들이 기억나게 되어 제 인생을 더 풍요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신 저의 부모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경학교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 이야기가 제 마음 속에 씨가 되고 싹이 트게 되어
거짓말이나 양심을 거스리는 일을 하게 될 때 옳고 그름 판정의 주인이 항상 저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이 되셔주었습니다. 또 하나님의 말씀이 저의 양심이 되어
"실토를 하자. 다시는 거짓말 않게..."
"다음부턴 안 하면 될 것을... 하나님께 용서 빌었잖아. 용서해 주실꺼야"
이런 갈등을 시작으로 저의 행동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수많은 작은 잘못을 넘으면서도 잘못 속으로 더 빠지게도 아니하고
그 잘못들의 발걸음에 눌려 하나님께 나아가지 못하게도 아니하도록
저를 지켜주신 것에도 감사합니다.
성서를 처음 배울 때,
멋져보이기도 그렇듯해 보이기도 하는 사람들의 온갖 사상에서 추리한 온갖 얄팍하지만 날카로운 말들로 하나님의 사랑에 의문을 던지는 유치한 반론을 감히 제기할 때에도,
너무도 유치한 성서 지식으로 하나님께 대한 오해의 말을 소리높여 떠들어 댈 때에도
그 천박한 겁없는 질문들을 다 용서하시고 기다려 주셔서 정말 죄송하게 고맙습니다.
이리 저리 사람이 만든 조직에 속하면서 잘못된 사람의 교리들을 잘못 전하고 다른 이들의 신앙을 평가하는 자리에 서있는 저를 기다려 주시고 그 못난 모습들도 과정이라 여겨주시고
그 안에서도 거짓된 교리들에 익숙할 수 없어 방황할 때에도 보잘것 없는 저를 버려주시지 않으시고
하나님 찾아 나선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 마음에 하나님을 찾는 열망이 식지 않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제멋대로인 저를 결과로 보시지 않으시고 과정이라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도 익숙치 않은 초라한 자리에서
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완전 잃고 부평초처럼 이리 저리 떠다니고 있을 때에
제가 미움 받는 자리와 초라한 자리에서 인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미움 속에서도 미움을 키우지 않고 사랑이라는 것으로 이겨내었다라고 모두에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제 마음을 붙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사랑에 관한한 저를 의심하지 않도록 인정을 따낸 수 많은 일들 속엔
사실 제 마음을 붙잡아 주신 하나님의 강력한 말씀과 위로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옆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 오십을 바라볼 만큼 적지 않은 세월을 살은 저의 여행길을 돌아보면
부족한 저에게 늘 넘치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제 걸음에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배낭 무게가 늘 실려 있어
걸음이 너무 가볍게도 아니되고
배낭 무게가 너무 무거워 걸음을 끌거나 주저 않게도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오랫동안
편안한 잠자리에 들면서도 늘 마음 속은
목적지 모르는 여행길에서 자신이 있는 곳도 모르고 밤이 되어 여행길 노상에서나무 밑에서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자신과 편한 잠자리가 어우려지지 않아 웅크리고 잠이 들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목적지를 알고 방향도 알고 현재도 여행길이라는 것도 알게되어
피곤해진 몸을 쉬기 위해 잠시 쉬는 마음 편한 여행자의 진짜 모습으로 잠을 청하게 됩니다.
이젠 편한 잠자리와 여행자의 하룻밤이 서로 어울려져서
실제 저의 모습과 하나님을 찾아가는 영적인 여행자인 저의 모습이 하나되어 어우러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여행길
바닷 속처럼, 아름다운 산호초 숲도 있었고 화려한 작은 물고기 떼의 아름다움과 물 위 햇살에 비춰진 은은한 빛의 희망을 느낄 때도 있었고
상어떼의 등장처럼 무시무시한 위협과 때때로는 얼음 덩어리가 떠다니는 차가운 해류의 세찬 물살로 심장이 멈출 것 같은 호흡곤란도 느끼기도 하였지만
바닷 속 여행길엔 행복할 때가 더 많아 허락하신 여행길의 기회가 저에겐 축복이었습니다.
생명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 속에 살면서 누린 행복은 저에게 항상 과분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사람들의 내면 속의 바닷속을 누비면서 때때로 스릴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가슴 따뜻한 아름다운 기억의 그림들을 간직할 수 있어 행복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또 다시 또 다른 여행을 떠나라 하셔도 저는 그리하고 싶습니다.
견딜 수만 있으면 그곳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기억과 가슴 따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까요.
생명을 주시고 모든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을 비워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감사합니다. 나의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