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쯤인가 난 딱지치기에 빠져있었다.
난 주로 남자애들과 많이 놀았는데 내 주머니엔 딱지, 구슬 같은 것이 늘 있어서
주머니가 항시 불룩해있었다.
주로 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우리 어머니 여자애가 선머슴 같다고 늘상 나무라셨다.
옷도 험하게 입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딱지도 통통치기라 해서 땅바닥의 흙과 돌맹이의 틈을 공략해서 뒤집으면 그것은 내것이 되는 것이었다.
그 틈이 잘 보이지 않을 때에는 땅바닥에 머리를 기대고 보아서 약간의 틈을 찾아야 하는데 바지 꼴이 깨끗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맨 땅에 손을 대니 옷차림이 깨끗하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구슬치기는 또 어떤가?
난 운동신경? 혹은 감각이 발달한 편이라서 남자애들의 놀잇감인 딱지나 구슬로는 난 늘 부자였다.
힘이 딸려서 종이를 접어 하는 딱지 뒤집기는 늘 잃었지만 동그란 딱지와 훈장따기 뒤집기는 했다하면 늘 내가 다 따곤했다.
동그란 딱지 중에서 가장 인기 있던 딱지는 우주소년 아톰 시리즈그림이 그려진 딱지였고
그 딱지는 구하기 어려워서 보통 딱지 한장에 아톰딱지 다섯 장에 아이들 사이에 거래가 되었다.
바로 그 아톰딱지로 인해 아이들로서는 조금 빨리 물질적인 허무감을 느끼게 되었다.
애살 많던 당시 나는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던 남자애 한 명을 데리고 그 아톰딱지를 파는 다른 동네 문방구까지 원정가서 사오기도 했었다.
욕심이 지나쳤는지 나에겐 다른 딱지 별로 없이 아톰딱지가 거의 다가 되어버렸다.
약은 서울 애들 바로 그 약점을 잡아 내 아톰딱지 거래가 일반 딱지와 거래 일대 일의 수준으로 내려버렸다. 그러더니 유행이 바뀌어서 내 금쪽같은 아톰딱지는 곧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 허망함이란...
애착으로 모은 딱지들이 가치를 잃었을 때의 실망감이 어찌나 컸던지
난 내가 아는 아이에게 오랫동안 모아왔던 나의 보물을 다 줘버리고 그 후로 딱지치기를 그만두어버렸다.
내가 욕심이 없어서인지, 돈 고생을 안 해보아서인지, 애써 모으던 딱지의 실상이 물질적인 허상의 실체로 각인되어서인지
난 내가 소유한 돈이 한번씩 내가 금쪽같이 여기던 아톰딱지 같은 생각이 들어서인지
돈이 그리 애태우며 모아지지 않는다.
돈을 벌고 있어도 열심히 사는 하나의 방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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